“이제는 팬들과 같이 늙어가는 기분이 들어요. 예전처럼 요란스럽진 않지만 꾸준히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팬들을 떠올릴 때 배우 권상우(42)의 얼굴에는 온화한 미소가 번졌다. 전성기 시절에 대한 아련함 같은 건 아니었다. 오래도록 곁을 지켜준 이들에 대한 애정이었을 터.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과거의 영광을 다시 누릴 순 없겠지만, 지금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영광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했다.
화려한 액션과 탄탄한 근육질 몸매(‘말죽거리 잔혹사’), 절절한 멜로 연기(‘천국의 계단’)를 기억하는 이들에게 ‘탐정: 리턴즈’(감독 이언희)에서의 권상우는 다소 낯설 수 있겠다. 오는 13일 개봉하는 영화는 ‘탐정: 더 비기닝’(2015)의 후속편. “뭔가 부족한 이들이 벌이는” 생활 밀착형 코믹 추리극이다.
“영국 드라마 ‘셜록’이나 영화 ‘미션 임파서블’을 보면 너무나 완벽한 사람들이 문제를 해결하잖아요. ‘탐정: 리턴즈’는 소시민의 이야기예요. 아내 모르게 탐정사무소를 열었는데 파리만 날리고 집에 가져다줄 생활비는 없고…. 소시민 가장이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능력 밖의 일을 해내는 묘미가 있죠.”
극 중 권상우가 연기한 강대만은 늘 꿈꿔오던 탐정이 됐지만 현실적인 문제에 고달파하는 가장이다. 때론 아기 띠와 기저귀 가방을 메고 현장에 출동하기도 한다. “머리에 새집을 지은 채 일어나 우는 아이를 안고 아내를 찾는 장면에선 ‘아, 리얼하다. 이건 애 키워본 사람만 할 수 있는 건데’ 싶더군요(웃음).”
탐정 시리즈 이전에는 국내 스크린 활동이 뜸했다. ‘통증’(2011)을 끝으로 중국 영화 세 편에 출연했다. 권상우는 “드라마와 해외 활동을 병행하다 보니 어느 순간 영화 제안이 끊기더라”면서 “난 워낙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내심 아쉬움이 있었다. 지금은 ‘영화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최근 들어 좋은 시나리오가 많이 들어왔어요. 현재 차기작 ‘두 번 할까요’를 찍고 있죠. 성인 로맨틱 코미디인데, ‘탐정’에서보다 조금은 덜 지질한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거예요. 그다음 작품은 ‘귀수’라는 액션 영화예요. 권상우가 제일 잘한다고 자부하는 최강의 액션과 최강의 몸을 보여드리려 하고 있습니다(웃음).”
2008년 동료 배우 손태영(38)과 결혼해 아들 룩희(9), 딸 리호(3)를 둔 권상우는 “가장이 되고 나선 과거보다 미래를 고민하게 되더라”고 얘기했다. 그는 “내가 앞으로 몇 년이나 더 주인공을 할 수 있을까. 아무리 관리를 잘한다 해도 쉰까지 7년 남았다. 그동안 부지런히 의미 있는 작품들을 많이 하고 싶다”고 말했다.
평소 ‘사랑꾼’으로도 유명하다는 말에 권상우는 “그런 얘기 들으면 와이프한테 욕먹는다”며 손사래를 쳤다. “아무리 노력해도 전 부족한 남편이에요. 물론 집은 저에게 가장 큰 행복감과 안정감을 주는 공간이죠. 장도 보러 가고 아이들이랑 여기저기 놀러 다니고…. 그런 게 삶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