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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백 칼럼] 정부는 공감사회 지표가 돼야

입력 2018-11-28 04:05:01


사회적 가치나 대화 등은 공감과 소통 없이는 어렵다 공감은 타인의 처지가 돼 보는 것에서 시작한다… 갈등 조정과 중재의 역할을 위해 정부는 편향성을 극복하고 공감 능력 높여야

문재인정부는 소통과 공감을 강조한다. 사회적 가치 중심으로 정부 운영을 하겠다는 기본 방침을 정하고 국정운영 100대 과제에도 ‘사회적 가치 실현을 선도하는 공공기관’을 포함시켰다. 사회적 가치, 사회적 대화 등은 ‘공유’ ‘공존’ ‘공생’ 개념에서 출발한다. 서로 소통하고 공감하지 않고서는 만들거나 유지할 수 없는 것들이다. 공감에 주목하는 문화사상가이자 작가인 로먼 크르즈나릭(Roman Krznaric)은 저서 ‘공감하는 능력(Empathy)’에서 공감을 설명한다. “다른 사람의 처지가 돼 보고, 그들의 감정과 관점을 이해하고, 그 이해를 활용해 우리의 행동을 인도하는 과정”이라고. 공감하는 극적인 모습은 부모, 의인, 영웅 등으로 나타난다. 반대는 타인과의 관계를 정상적으로 만들지 못하고 오히려 해치는 사이코패스(psychopath), 소시오패스(sociopath) 등일 것이다.

타인의 일에 무덤덤해지는 사회다. 공감하기 힘든 일들이 특정 계층에 국한되지 않고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사회병리현상 또한 깊어졌다. 이용주 민주평화당 의원의 음주운전은 개탄스럽기 그지없다. 음주운전 처벌 강화에 한껏 목소리를 높이며 개정 법률안을 공동발의했던 터이다. 이 의원의 이후 행보들도 ‘겉 다르고 속 다른’ 정치인의 속성을 각인시킬 뿐이다. 인천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진입로를 자신의 승용차로 막아 버린 50대 주민도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이 주민은 아파트단지 주차단속 스티커 부착에 불만을 품고 자신이 입주한 아파트의 주민 전체를 화풀이 대상으로 삼았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노골적인 ‘진보진영 20년 집권론’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최근 “20년이 아니라 더 오랜 기간 가야 한다”고도 했다. 집권 여당이 지지 세력을 결집시켜 장기집권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교만함을 보이니 야당이 분노하고 상당수 국민들이 어이없어 할 만도 하다. 현재를 고착적으로 보는 발언이기에 협치나 갈등 해소를 기대하기 어렵겠다는 생각도 든다. 집권 수뇌부인 청와대의 모습이라고 다를 바 없다.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혈중알코올농도 면허취소 수준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됐다. 앞서 청와대 경호처 직원은 술에 만취해 시민을 폭행하고 경찰서에서도 갑질 행패를 부려 말썽을 빚었다. ‘대통령만 잘 모시면 그만’이라는 청와대 직원들이 무슨 대국민 기여를 하겠다는 건가. 경제 정책과 성과에 대한 뜨거운 논쟁 속에 문 대통령의 경제 인식도 공감 부족이다. 국회 시정연설에서 “세계가 우리 경제 성장에 대해 찬탄을 보내고 있다”거나 지난 5월 국가재정전략회의 때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는 발언 등이다. 각종 경제지표가 좋지 않은데도 경제 실상과 동떨어진 발언을 계속한 것이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50% 초반으로 주저앉았다.

직무수행 대가로 세금을 받는 기관이나 단체, 그 종사자일수록 공익적 태도와 대국민 서비스 정신을 모범적으로 견지해야 한다. 우리 현실은 반대다. 우월적 지위를 과시하듯 갖은 불친절을 서슴지 않는다. 틈만 나면 특권을 누리려고 한다. 국민 정서와 유리된 채 자신들만의 권위의식과 이해에 탐닉하는 모습이다. 공감보다는 공분을 자극한다. 공감이 무뎌진 사회에서 이해 충돌은 다반사이고 갈등의 조정과 중재도 쉽지 않다. 어차피 정부와 공직사회가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데 그러려면 공감 능력을 키워야 한다. 갈등을 다뤄야 하는 정부와 공직사회가 국민이 공감할 수 없는 일들을 자행한다면 얘기는 끝나는 것이다. 다행히도 문 대통령은 자신의 공감 태도를 반성했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 등을 마치고 귀국한 뒤 SNS에 공감과 소통을 돌아보는 신간 서적의 서평을 올렸다. “공감과 소통이 정치의 기본이라고 늘 생각해 왔지만, 내가 생각했던 공감이 얼마나 얕고 관념적이었는지 새삼 느꼈다” “가족들과의 공감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고 적었다. 좀 더 공감 능력을 키우겠다는 얘기로 읽힌다.

현 정부는 ‘촛불혁명’으로 탄생했다고 자임한다. 이전 정권의 독선, 편향, 특권과 반칙으로 점철된 국정운영에 대다수 국민이 반대하며 ‘공정’을 요구한 것에 부응하겠다는 의지다. 무엇보다도 법과 제도에서 공정경쟁을 보장하는 공감할 만한 것들을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 반칙과 특권에 기대 공공연하게 이뤄지는 불공정경쟁에 국가의 미래인 젊은이들이 꿈을 잃고 있다. 대다수 국민이 공정하다고 공감할 때까지 정부는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편향성은 공정성을 해치기 마련이고 공감하기 어렵게도 한다. 정부부터 편향성을 극복해 공감 능력을 한껏 높여야 한다.

논설위원 yb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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