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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차우 선교사의 데자뷰

입력 2018-11-28 00:05:01


미국 선교사 존 앨런 차우(27)가 지난 16일(현지시간) 인도의 북센티넬 섬에서 선교사역 도중 사망했다. 차우 선교사는 인도 벵갈만 오지의 센티넬 부족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들어갔다가 부족민들이 쏜 화살에 맞아 변을 당했다. 센티넬족은 5만∼6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건너온 부족들의 후손으로 400∼500명 정도가 원시생활을 이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우 선교사는 섬에 들어가기 전 기도하면서 “두렵습니다. 하지만 하나님 말씀을 전하기 위해 가야만 합니다”라고 했다고 가족들은 전했다.

26일(현지시간) 미국 항공우주국은 탐사선 인사이트호가 화성에 착륙했다고 밝혔다. 첨단과학시대에 차우 선교사의 죽음은 비현실적이었다. 원시부족과 화살, 모래에 묻힌 시신이라니. 하지만 이 무모하고 비극적으로 보이는 사건은 처음이 아니다.

1956년 1월 8일 미국의 20대 선교사 5명이 남미 에콰도르 ‘원시부족’ 아우카족 선교에 나섰다가 창과 화살로 무참히 살해됐다. 사건 발생 일주일 만에 도착한 지상수색대는 심하게 부패된 시신을 강에서 끌어올렸다. 어떤 시신에는 야자나무로 만든 창이 그때까지 꽂혀 있었다. 비행사였던 네이트 선교사의 손목시계는 돌에 맞아 부서진 채 발견됐는데 오후 3시12분에 멈춰있었다. 수색대는 서둘러 얕은 무덤을 팠고 죽은 이들의 영혼을 하나님께 맡기는 짧은 기도를 드렸다. 그해 1월 30일자 주간 ‘라이프’지는 아우카족을 “석기시대 인디언 부족으로 인류학자에게도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고 묘사했다.

유사한 사건은 또 있었다. 1944년 볼리비아 바르바로부족 전도를 위해 정글에 들어갔다가 사망한 5명의 선교사들이다. 바르바로족은 치명적 살상 효과를 내는 짧은 화살을 사용하기에 이웃 부족들도 두려워할 정도였다. 사람들은 선교사들에게 경고했다. 가지 말라고, 살아돌아오기 어렵다고. 하지만 선교사들은 흔들리지 않았고 도보로 정글에 들어갔다. 그 뒤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몇 달 뒤 수색대가 발견한 것은 소지품뿐이었다. 선교사들이 원주민의 손에 살해된 것을 알게 된 것은 5년이 지난 뒤였다.

에콰도르와 볼리비아 원시부족에 대한 선교사들의 죽음에 대해 당시 사람들은 “비극적으로 삶을 허비했다”고 비난했다. 인도의 차우 선교사 역시 “가지 말아야 할 곳에 갔다” “왜 평화롭게 사는 부족을 방해하느냐”는 힐난을 받아야 했다.

이보다 훨씬 이전인 1866년 미국 상선 제너럴셔먼호를 타고 왔다가 평양 대동강변에서 참수 당한 영국 선교사 로버트 저메인 토마스는 어땠을까. 그는 당시 서양의 눈에 원시부족으로 보였을 조선인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극동의 ‘정글’로 향했고 처참히 살해됐다. 그 역시 인생을 허무하게 낭비한 것일까.

적어도 희생된 당사자와 그들의 가족들은 생각이 달랐던 것 같다. 라이프지는 에콰도르 희생자 중 한 명인 짐 엘리어트의 5년 전 일기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엘리어트의 좌우명은 “영원한 것을 얻기 위해 영원하지 않은 것을 버리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 아니다”였다. 그는 좌우명대로 살다가 죽었다.

그의 아내 엘리자베스 엘리어트도 “후회 같은 건 전혀 없었다. 이 일은 비극이 아니다. 하나님의 뜻이었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엘리자베스의 고백은 이제 모두가 아는 것처럼 사실로 판명됐다. 엘리자베스를 비롯한 희생자의 아내들은 1년 후 다시 부족에게 들어가 복음을 전했고 10년 후엔 선교사들을 살해한 장본인이 부족 최초의 목사가 됐다. 92년엔 신약성경 봉헌예배가 피살 현장에서 드려지는 일이 일어났다. 수많은 기독교인들은 선교사로 나가길 자원했다.

차우 선교사의 가족들은 “사랑하는 아들은 하나님의 도움이 필요한 곳에서 숨을 거뒀다. 그는 주님의 말씀을 전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그곳에 갔다”고 고백했다. 그의 죽음엔 또 어떤 뜻이 담겼을까. 선교는 과연 어리석은 행위인가.

미전도종족 선교 운동단체인 조슈아프로젝트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미전도종족(Unreached group)은 모두 7076개다. 이 중 문명세계와 전혀 접촉한 적이 없는 미접촉부족(Unconnected Tribe)은 100여개이다. 그중 절반은 남아메리카의 브라질과 페루 지역에 살고 있다. 하나님의 맹렬한 미션은 계속될 것이다.

신상목 종교국 차장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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