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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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산다] 제주도 거품 꺼지는 소리

입력 2018-12-15 04:05:01


골프 동호회에서 만나는 50대 초반 목수가 있다. 3년쯤 전 육지에서 부인, 후배 2명 등 4명이 일자리를 찾아 제주도에 왔다. 인테리어가 전공이다. 3개월쯤 전 그동안 잘 지내던 후배 1명이 이 목수와 헤어지고 다른 토박이 목수를 따라다니며 일을 배우고 있다. 이주한 목수가 노는 날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3주 전 이 목수가 동호회 회원들에게 목수 일거리 있으면 소개해 달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며칠 전에는 트럭을 사서 무밭을 따라다니며 상차(上車) 일을 하면 어떻겠냐고 의논하더라는 말도 들었다.

우리 동네 혼자 사는 석공이 있다. 돌담을 쌓는 석공의 일당은 25만원으로 많다. 돌담은 바람을 막고 울타리 역할을 하지만 한편으론 집의 멋을 내는 기능도 있다. 요즘 이 석공 일이 없다. 어제 아침에도 동네 구멍가게에서 라면 5개와 막걸리 5병을 사 갔다고 한다. 우리 동네 굴삭기 기사는 얼마 전 내게 인터넷에 굴삭기 광고를 어떻게 내느냐고 물었다. 그는 요즘 마을 앞 문주란 자생지 난도(蘭島) 주변에 쌓인 쓰레기 치우는 일을 맡아 하고 있다.

성산항 앞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밥집이 있다. 부두 노동자, 근로현장 인부 등이 주손님이고 관광객들도 찾는다. 이 식당 주인이 장사가 지난해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고 푸념했다. 그리고는 식당 앞 차도를 가리키며 “저기 보세요. 차들이 다니지 않잖아요”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차가 뜸하다. 우도 배 타는 성산항 3층 주차건물에 차는 1층밖에 차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11월 어느 날 우도에 낚시 갔다 오후 3시쯤 찾아간 국숫집 할머니는 한가하게 팔지 못하는 비상품 땅콩을 볶아 껍질을 까고 있었다. 그리고는 “오늘 국수 네 그릇 팔았어요”라고 했다.

세화리에서 가장 북적거리는 통닭집이 있다. 다른 통닭집이 배달 중심인데 비해 이 집은 매장이 커 가게에서 먹는 손님 중심이다. 집주인이 지난달부터 매출이 뚝 떨어졌다고 했다. 얼마나? 했더니 50%라고 했다. 주인의 분석은 팔리는 닭의 마릿수, 컴퓨터로 처리되는 매출액 등을 근거로 하니 신뢰도가 높다고 할 수 있다. 요즘 들어오는 관광객 자체가 줄었고 건설노동자는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마을을 돌아보면 사람은 없고 가게들은 문을 일찍 닫는다. 세화리 대패삼겹살, 정식, 분식집이 오래전 각각 집을 내놨는데 나가지 않고 있다. 제주의 라스베이거스라고 불리는 월정리에서도 가게를 내놔도 전화도 오지 않는단다. 제주도가 잔뜩 움츠리고 있다.

제주도의 건설과 관광 경기가 가파른 하향곡선이다. 보도를 보면 지난 9월 기준 제주도 건축허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 줄었다. 심각한 것은 2017년에도 2016년에 비해 26% 줄었다는 것이다. 관광객은 내국인이 줄고 외국인이 늘었다지만 사드 기지 건설 여파로 빠진 중국인 관광객을 만회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래서 이렇게 거품 꺼지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거품이 꺼지면 구조조정이 따른다. 주변을 보면 세를 얻어 가게를 열고 있는 사람부터 어려워진다. 빚을 내 세를 얻었다면 더 어렵다. 자기 집에서 장사하는 사람은 견딘다. 빚을 많이 내 집을 지었다면 또 모른다. 제주의 농업, 수산업 등 토종산업은 변함없다. 때론 나쁘고 때론 좋을 뿐이다. 제주도는 지금 구조가 불안한 사람부터 생존 여부가 조정되는 중이다.

박두호 전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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