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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포커스-강준영] 잊지 말아야 할 완전한 비핵화

입력 2018-12-17 04:05:01


한반도 정세는 2018년 한 해도 어김없이 다사다난했다. 미국과 북한의 극한 대치로 대북 군사행동이 거론될 만큼 최대의 격랑 속에 빠져 있던 작년 이맘때의 한반도를 생각해보면 격세지감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한반도의 반전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내건 한국 정부와 평창올림픽 참가 용의를 밝힌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를 계기로 시작됐다. 세 차례에 걸친 남북 정상회담과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으로 북한 비핵화 논의가 본격화되었고 일단 한반도에 드리웠던 전쟁의 그림자를 걷어내는 긍정적인 성과를 거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한반도 정세는 여전히 불안하다. 한반도 정세의 핵심인 북핵 문제는 이미 국제적 이해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애초부터 고차방정식이다. 이 복잡한 방정식을 풀기 위해 한국 정부는 직접적인 대북 소통을 강화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극적인 만남을 성사시켰지만 구체적 진전으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문제는 급할 것이 없다며 서두르지 않는 분위기다. 특히 미국을 사정권에 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만 없다면 북핵 문제는 관리 가능하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계속 확대하고, 이란 핵 합의와 중거리 핵전력조약(INF)을 파기하는 등 미국 일방주의 외교전선을 계속 확대하면서 한반도 문제는 우선순위에서 잠시 미뤄둔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북한의 최대 후견국인 중국과의 관계설정도 고민스럽다. 사드(THAAD) 갈등을 풀기 위해 지속적으로 평화 의지를 전달하면서 중국의 건설적 역할도 강조하고 있다. 중국도 올 한 해 세 차례에 걸친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 대북 영향력을 회복했다. 여기에 중국은 미국과 진행 중인 무역분쟁 해결이 더 급선무다. 이 분쟁이 무역 분야에 국한되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에 대미 협상에 우선 모든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한국은 러시아와도 북방 경제협력을 매개로 안정적인 양자 협력 관계 설정에 부심하고 있다. 아쉬운 점은 한·일 관계가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역사문제가 모든 것을 압도하는 비정상적인 양국 관계가 이대로 전개된다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도 부정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본질적 문제는 북한 비핵화가 진척이 안 되고 있다는 데 있다. 상징적이라는 비판을 받던 ‘완전한 비핵화’라는 말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상징적인 채 남아 있다. 지도자들끼리의 만남을 통한 톱다운(top-down)식 접근으로 대화를 시작하지만 실무협상에 들어가면 진척이 없다. 이 과정에서 ‘완전한 비핵화’는 미국의 핵 리스트 신고 요구와 북한의 제재 완화 요구 논의로 변질되었다. 조급한 정부는 북한 요구를 우선 수용하는 것이 북한이 본격적인 비핵화를 추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국제적 설득에 나서봤지만 호응을 얻지 못했다. 지난 30년에 걸친 대북 협상을 목도한 국제적 시선은 여전히 북한에 호의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종전선언을 통해 군사적 대치를 청산하고 완전하고 영구적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2018년 내에 완성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야심찬 포부는 일단 결과를 내지 못했다. 오히려 북한은 최소한의 비핵화 조치도 진행하지 않으면서 한국 정부에 판문점 선언 합의를 지키지 않는다고 비난한다. 종전선언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4·27합의에 따른 각종 경협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고 아쉬워할 사항이 아니며,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이 성사되지 않았다고 안타까울 일도 아니다.

올해의 남북 간 선언이나 합의문서는 모든 것의 시작점에 ‘완전한 비핵화’라는 전제가 있다. 비핵화 조치 없이 이를 진행하는 것이 오히려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것이다. 속히 비핵화 본질 논의로 돌아가야 한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정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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