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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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과 함께하는 설교] 상처의 나이테를 기도로

입력 2019-02-22 00:05:01


미국 시에라 네바다 산맥 중심에 자리 잡은 세쿼이아 국립공원은 수십 년에서 수천 년까지 자란 ‘자이언트 세쿼이아 나무’로 유명합니다. 그곳에는 쓰러져있거나 이미 죽은 통나무들도 모여 있습니다. 식물학자들은 나무들의 나이테로 나이를 알아보거나 산불, 한파, 화산, 홍수 등 나무가 경험한 흔적들을 찾아내기도 합니다.

상담학자 데이비드 A. 씨맨즈는 식물학자들의 연구를 보면서 인생의 나이테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상한 감정의 치유(Healing for Damaged Emotions)’라는 책에서 한 사람의 세월 속에 들어있는 정서적 나이테를 연구하며, 그 속에 수많은 상처가 남아있음을 지적했습니다.

겉으로 볼 때는 잘 몰라도 어린 시절부터 받아온 여러 상처로 인해 우리는 마음속에 어려움과 아픔의 흔적들을 지니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문제는 아픔과 상처들에 대해 어떻게 반응했느냐가 인생의 가치를 만들어 가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본문에는 상처받은 두 여인이 등장합니다. 엘가나의 두 부인, 한나와 브닌나입니다. 한나는 아이를 낳지 못한다는 죄책감으로 억눌린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브닌나는 아이를 여럿 낳아주고 길러줬음에도 남편이 한나를 더 사랑하기에 마음의 상처가 깊었습니다. 결국 한나와 브닌나는 각자 상처 깊은 나이테를 만들어갔던 것입니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가면서 두 여인은 전혀 다른 인생의 흔적을 만들게 됩니다. 브닌나는 먼저 그녀의 아픔을 부정적으로 나타냈습니다. 1년에 한 번 온 가족이 실로에 올라가서 제사를 드릴 때면 한나에게 견딜 수 없는 모욕과 부끄러움을 줌으로써 자신의 상처를 풀어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브닌나의 모습은 한나와의 관계를 더욱 나빠지게 했고 가정과 자녀들에게도 악영향을 주었습니다.

반면 한나는 자신의 큰 상처들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킵니다. 그 결과 하나님의 은혜로 아이를 갖게 되고 아들 사무엘을 낳았습니다. 그 아들은 하나님의 뜻에 따라 믿음을 새롭게 하고, 나라와 민족을 더욱 든든히 세우는 데 큰 공헌을 했습니다. 한나의 긍정적 반응은 다름 아닌 기도였습니다. 진실한 기도로 반응한 그녀는 패자의 인생을 찬란히 빛나는 승자의 삶으로 바꿔놓았습니다.

한나는 먼저 울부짖는 통곡 기도로 하나님께 자신의 마음을 쏟아냈습니다.(10절) 통곡 기도는 눈물의 기도였습니다. 시인 바이런은 “망원경으로 보는 것보다 눈물로 보는 것이 더 잘 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또한 한나는 오래 기도했습니다.(12절) 이는 하나님께 온전히 마음을 드린 향심 기도자였음을 말합니다. 한나의 향심 기도는 술에 취한 듯 기도에 취한 모습으로 보였습니다. 기도에 인생 승부를 걸었던 것입니다. 그런 기도가 깊어가는 상처의 나이테를 막고 치료하는 승리의 방법이었습니다.

온전한 기도야말로 하나님과 우리를 연결하는 다리이자, 하나님의 응답과 능력이 흐르는 길이요, 그분의 뜻을 이루는 도구입니다. 인생을 살면서 어려움이 찾아올 때마다 하나님께서 주신 기도의 강력한 무기로 한나처럼 승리의 인생을 만들어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양민석 목사(미국 뉴욕그레잇넥교회)

● 이 설교는 장애인을 위해 사회적 기업 ‘샤프에스이’ 소속 지적 장애인 4명이 필자의 원고를 쉽게 고쳐 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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