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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는 백인들의 잔치?’… 흑인·이민자·넷플릭스까지 품다

입력 2019-02-26 00:15:01
제91회 아카데미 영화상 작품상을 수상한 ‘그린 북’의 피터 패럴리 감독(가운데)이 24일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힘껏 들어 보이고 있다. AP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보헤미안 랩소디’의 라미 말렉(오른쪽)이 수상자 호명 직후 연인인 루시 보잉턴과 감격의 입맞춤을 하고 있다. AP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의 올리비아 콜먼이 벅찬 표정으로 수상 소감을 이야기하고 있다. AP


아카데미 영화상이 마침내 화합의 장으로 거듭났다. 인종과 성별, 출신 지역 등을 망라한 차별과 편견의 벽을 허물었다. 백인 남성 중심의 수상자 선정으로 ‘화이트워싱’ 논란에 휩싸였던 과거와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24일 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키워드는 ‘다양성’이었다. 작품상 시상자로 나선 배우 줄리아 로버츠는 “작품상 후보작 8편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당신이 누구든, 어디 살고 있든 우리를 연결해 준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린 북’이 작품상과 남우조연상(마허샬라 알리), 각본상 3관왕을 차지했다. 흑인 천재 피아니스트와 이탈리아계 이민자 출신 운전사의 우정을 통해 1960년대 미국의 인종차별을 바라본 작품. 피터 패럴리 감독은 “우리는 서로 다르지만 사랑하라는 것, 나아가 우리 모두 같은 ‘사람’이라는 내용을 담았다”고 말했다.

감독상은 ‘로마’를 연출한 멕시코 출신 알폰소 쿠아론 감독에게 돌아갔다. 영화는 자신을 돌봐준 유모에 대한 추억을 담은 자전적 이야기다. 그는 “1700만 여성 노동자 중 1명은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우리에겐 그들을 지켜봐야 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 10개 부문에 최다 노미네이트됐던 ‘로마’는 감독상과 외국어영화상, 촬영상 3개 부문을 석권했다. 각종 영화제에서 찬밥신세였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는 이례적인 성과다.

퀸 신드롬을 일으킨 ‘보헤미안 랩소디’는 4개 부문을 휩쓸며 최다관왕에 올랐다.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 역을 완벽히 소화해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거머쥔 라미 말렉은 “저는 이집트 이민자 가정의 아들이다. 이런 이야기를 전할 수 있어 더욱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더 페이버릿:여왕의 여자’에서 히스테릭한 영국 여왕을 연기한 올리비아 콜먼은 여우주연상을 품에 안았다.

전반적으로 ‘블랙 파워’가 두드러졌다. ‘그린 북’의 마허샬라 알리와 ‘이프 빌 스트리트 쿠드 토크’의 레지나 킹이 남녀조연상을 수상했다. 마블 스튜디오의 첫 흑인 히어로 영화 ‘블랙 팬서’는 의상상과 미술상, 음악상 3개 부문에서 수상자를 냈다.

1989년 제61회 이후 30년 만에 사회자 없이 치러진 올해 시상식은 축하공연으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퀸의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와 드러머 로저 테일러가 가수 애덤 램버트와 함께 ‘위 윌 록 유’ 등의 히트곡 무대를 꾸몄다.

‘스타 이즈 본’에서 호흡을 맞춘 레이디 가가와 브래들리 쿠퍼는 이 작품 주제곡 ‘쉘로’를 불러 호응을 얻었다. 이 곡으로 주제가상을 받은 레이디 가가는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꿈이 있다면 계속해서 싸워나가길 바란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백인 우월집단 KKK단에 대해 다룬 ‘블랙클랜스맨’으로 각색상을 받은 스파이크 리 감독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2020년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모두 힘을 모아 역사의 바른 편에 서자. 사랑과 증오 사이에서 옳은 선택해야 한다”고 역설해 기립박수를 받았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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