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전체메뉴보기 검색

HOME  >  시사  >  종합

이석기·한명숙·한상균·재벌·음주운전자 제외... 7대 집회 사범은 사면

입력 2019-02-26 19:10:01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3·1절 특별사면 대상자를 발표하고 있다. 이번 사면 대상에는 사드 배치,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등 관련 시국집회 사범 107명이 포함됐다. 권현구 기자





문재인 정부가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시국·민생사범 등 4378명을 특별사면한다고 26일 밝혔다. 이들은 28일 0시 사면된다. 2017년 12월 6444명을 대상으로 이뤄진 이른바 ‘장발장 사면’에 이어 현 정부 두 번째 사면이다.

이번 사면의 가장 큰 특징은 시국집회 사범이 대거 포함됐다는 점이다. 7개 집회 사건 관련자 107명이 사면 대상에 올랐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관련 집회(30명), 광우병 촛불 집회(13명),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집회(5명),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반대 집회(19명), 세월호 사고 관련 집회(11명), 한·일 위안부 합의 반대 집회(22명), 2009년 쌍용차 파업(7명)의 참가자들이 혜택을 받았다. 첫 사면 당시 용산참사 철거민 25명이 사면된 것과 비교하면 4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사회적 갈등 치유를 위해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되는 7개 사건을 선정해 (대상자를) 사면·복권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다 처벌된 주민들이 이번에 사면됐는데, 이는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앞서 첫 사면 때는 이들에 대한 수사 및 재판 절차가 모두 끝나지 않았다. 사면은 형이 확정된 이들을 대상으로 한다. 사드 배치 반대뿐 아니라 찬성 집회에 참가한 이들도 사면 대상에 포함됐다. 박 장관은 “국민 통합의 계기를 마련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쌍용차 파업 진압 과정에서 무리하게 공권력을 행사한 경찰관도 사면 대상자가 됐다. 다만 정부는 상대방에게 중상해를 입히거나 화염병 등을 사용하는 등 과격 시위를 벌인 이들은 사면 대상에서 제외했다. 사회적 논란을 야기할 수 있는 촛불·태극기 집회 참가자는 아예 사면 대상으로 고려하지 않았다고 한다.

정치인과 재벌 총수는 이번에도 제외됐다.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면서 ‘국민 통합’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한명숙 전 국무총리, 이광재 전 강원지사는 2017년에 이어 이번 사면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뇌물·알선수재·알선수뢰·배임·횡령 등 5대 중대 부패범죄자를 사면에서 제외시킨다는 대통령의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한 전 총리는 9억여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복역한 뒤 2017년 8월 만기 출소했지만 2027년까지 피선거권이 없다. 이 전 지사도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1억여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2021년까지 피선거권이 제한된 상태다.

내란 선동죄로 수감 중인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과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 집회 등을 주도해 투옥된 한상균 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위원장은 5대 부패범죄자는 아니지만 사면되지 않았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 전 의원은 일반적인 정치인과는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밝혔다. 한 전 위원장에 대해서는 “7개 사건을 정해 사면 조처가 이뤄졌고 한 전 위원장은 그 사건들과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이들을 사면할 경우 보수 진영의 극심한 반발이 예상되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번 사면이 ‘민생 사면’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어린 자녀가 있는 여성 수형자, 지속적 폭력을 당한 우발적 범죄자 등 ‘특별배려 수형자’ 25명이 사면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2017년과 비교하면 7명이 늘어난 수치다. 특히 자녀가 있는 여성 수형자의 경우 사면심사위원회의 적극적인 사면 요청이 있었다고 한다. 아울러 사면 대상에 오른 일반 형사범들은 살인·강도·조직폭력·성폭력 등 강력범죄자가 아니며 교통법규 위반 등 생계형 행정법규 위반사범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A씨(44·여)는 사면 대상이 된 4명의 ‘자녀가 있는 여성 수형자’ 중 하나다. 그는 무자격 미용 시술을 한 혐의로 징역 1년 확정 판결을 받고 복역 중이다. 법무부는 A씨가 10개월가량을 복역하고 11살과 4살짜리 아이들이 있는 점, 미용 시술 피해자와 합의한 점을 참작해 형기 집행을 면제하기로 했다.

B씨(35·여)는 10년간 가정폭력에 시달리다가 우발적으로 범행한 케이스다. 그는 술에 취한 남편을 흉기로 찔러 살인미수 혐의로 징역 2년이 확정됐다. 이미 20개월을 복역한 B씨는 초범이면서 가정폭력 피해자이고 범행 후 자진해서 신고한 점이 참작돼 4개월의 잔형이 면제됐다. 시장에서 부침개와 콜라 등 6만원 상당의 물품을 훔친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C씨(50)는 피해 액수가 적고 배가 고파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이 고려됐다. 그는 7개월가량 복역했는데 남아 있는 형기의 절반이 감형됐다.

D씨(72)는 70세 이상의 고령으로 수형 태도가 양호하고 재범 위험성이 낮다는 점이 감안됐다. 그는 수표 부도 등으로 징역 6개월이 확정돼 형기 절반가량을 복역했다. 법무부는 동종 범죄의 전력이 없고 일부 수표를 회수해 피해를 변상한 점을 고려해 남은 형의 절반을 감형하기로 했다.

법무부는 이번 사면에서 음주운전 사범은 물론 무면허운전 사범에 대해서도 관용을 베풀지 않았다. 무면허운전도 음주운전과 마찬가지로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점에서 국민 정서상 허용되기 어렵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은 “생계형 민생사범 중심의 특별사면은 존중한다”면서도 “시위에 가담하더라도 ‘정권 코드 동조’라면 특별사면 될 수 있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동성 안대용 강준구 기자

theMoon@kmib.co.kr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