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치권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문제의 출구를 찾지 못하고 우왕좌왕하자 분노한 시민 100만명이 런던 도심으로 몰려나왔다. 가디언 등은 23일(현지시간) 런던에서 100만명이 참여한 제2의 브렉시트 국민투표 요구 시위가 열렸다고 보도했다. 영국에서 역대 최대 규모였던 2003년 이라크전 중단 요구 시위와 맞먹는 규모다.
브렉시트 반대 시위대는 유럽연합(EU)에 대한 소속감이 큰 20, 30대 젊은층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최근 입장이 바뀐 중장년층도 시위에 다수 참가했다고 BBC가 전했다.
시위대는 EU 깃발과 함께 “국민에게 맡겨라” “브렉시트를 멈춰라” “국민투표를 다시 해라” 등의 내용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었다. 시위에는 톰 왓슨 노동당 부대표, 사디크 칸 런던 시장 등 정치인들도 다수 참여했다. 영국 의회 사이트의 브렉시트 취소 청원은 24일 현재 480만명을 돌파했다. 배우 휴 그랜트, 브라이언 콕스 등 유명 인사들도 참여했다. 영국 하원은 이미 이달 초 제2의 브렉시트 국민투표 실시 안건을 부결시킨만큼 제2의 국민투표 가능성은 낮지만 합의안에 대한 의회의 3차 표결 결과에 따라 하원의 옵션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EU는 영국 정부의 브렉시트 시한 연기 요청에 당초 3월 29일로 예정된 브렉시트와 관련한 ‘투 트랙’ 연기 방안을 제시했다. 첫 번째 방안은 영국 하원이 합의안을 승인할 경우 유럽의회 선거 직전인 5월 22일까지 브렉시트를 연기하는 것이다. 두 번째 방안은 하원에서 합의안이 부결될 경우 영국이 4월 12일 노딜 브렉시트 시행하거나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하는 것 가운데 하나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유럽의회 선거 참여는 브렉시트 연기가 장기화된다는 의미다. 영국 하원은 유럽의회 선거 참여 여부를 마지노선인 4월 11일까지 결정해야 한다.
테리사 메이 총리는 안팎에서 거센 사임 압력을 받고 있다. 영국 내각 관료 11명은 메이 총리의 축출을 논의했다고 더선데이타임스가 보도했다. 신문은 “메이 총리를 몰아내기 위한 내각의 쿠데타가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가 열흘 내에 사퇴할 예정이라는 시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