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전체메뉴보기 검색

HOME  >  시사  >  종합

‘넘사벽’ 나영석이지만… ‘스페인 하숙’ 곳곳 ‘윤식당’‘삼시세끼’ 느낌

입력 2019-04-15 20:15:01



익숙함과 자연스러움으로 무장한 나영석(사진) 표 예능은 역시 대단했다. 산티아고 순례길 하숙 운영기를 담은 ‘스페인 하숙’이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전작들과 비슷한 호흡을 가져간다는 점에서 “동어반복”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프로그램은 차승원 유해진 배정남 3인이 순례길에 하숙집을 차려 손님들에게 따뜻하게 숙식을 제공하는 모습을 다뤘다. 해외에서 요리한다는 점은 ‘윤식당’과 비슷하고, 출연진 조합은 ‘삼시세끼 어촌편’을 떠오르게 한다. 주방장 차승원은 맛깔 나는 요리를 뚝딱 만들어낸다. 유해진은 하숙 운영에 필요한 가구들을 손수 만들고, 막내 배정남은 장보기와 재료 손질 등 보조를 맡아 하숙집을 꾸려나간다.

지난달 15일 첫 회를 7.6%(닐슨코리아)로 산뜻하게 출발해 현재는 9%대까지 치솟았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의 4월 빅데이터 분석 결과에서는 MBC 간판 ‘나 혼자 산다’(2위)를 제치고 예능 브랜드 1위에 올랐다.

나 PD의 전작이 지닌 매력이 두루 녹아있는 예능이라고 볼 수 있다. 인위적이지 않다. 별다른 예능적 장치 없이 흘러가는 자연스러운 시퀀스들은 계속 보기에 부담이 없다. 식욕을 당기는 차승원의 요리 장면과 유해진의 가구 제작 과정 등을 적절히 버무려 지루하지 않게 풀어낸다. 이국적 풍경들도 이따금 시선을 사로잡는다. 무엇보다 차승원 유해진 콤비와 배정남 사이의 끈끈한 호흡을 보는 맛이 있다. 나 PD의 캐릭터 구성 능력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나 PD는 지난해 CJ ENM에서 연봉 40억여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꽃보다 청춘’ ‘신서유기’ 등 숱한 화제작을 내며 tvN이 예능 강자로 발돋움하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 프로그램 영향력 등 일련의 성과를 봤을 때 충분히 수긍 가는 수치다. 다만 이번 작품은 참신함보단 포맷 반복이 더 부각된다는 지적이 있다.

나영석 표 예능이 가지고 있던 특유의 역동성이 줄어든 탓이다. 해외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얼개의 ‘윤식당’은 그곳을 찾은 외국인들이 풀어내는 다채로운 얘기들이 보는 즐거움을 더했다. ‘삼시세끼 어촌편’은 낯선 환경에서 물고기를 잡아 한 끼를 때운다는 흥미진진함이 있었다. 이번 작품은 여행객과의 소통보다는 리셉션과 장보기, 요리로 이어지는 일의 반복이 주를 이룬다. 긴 여정에 지친 손님과 커뮤니케이션에 부담이 따랐기 때문인 듯하다. 새 인물의 발굴보단 잘 짜인 기존 캐릭터들에 기반했다는 점도 정적인 느낌을 키우는 요소다.

현재까지는 이런 조용함이 얼마간 ‘힐링’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새로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교석 TV칼럼니스트는 “‘스페인 하숙’이 반복되는 지점에도 사랑받는 이유는 현대인이 바라는 슬로우 라이프스타일이 녹아있고, 친숙한 캐릭터를 보는 즐거움 때문”이라며 “하지만 다음은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은 있다. 익숙함을 넘어선 콘텐츠가 담긴 프로그램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