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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지사 계봉우·황운정 유해, 조국 떠난 지 100년 만에 카자흐스탄에서 귀국

입력 2019-04-22 04:05:01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카자흐스탄 누르술탄 국제공항에서 열린 독립유공자 계봉우·황운정 지사 유해 봉환식에서 계봉우 애국지사 유골함에 건국훈장 독립장을 헌정하고 있다. 



신민회 출신으로 민족교육에 전념했던 계봉우 지사와 항일 무장운동을 전개했던 황운정 지사의 유해가 고국으로 봉환된다. 외지에서 고국을 그리다 사망한 지 각각 60년, 30년 만이다.

함경남도 영흥 출신인 계 지사는 1919년 상하이 임시정부 수립 후 북간도 대표로 임시의정원 의원을 지냈다. 20년 5월 임시정부 간도 파견원으로, 10월부터는 치타극동공화국 극동부 한인부에서 활동했다. 37년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된 후 조선문법, 조선역사 등을 집필하며 민족교육에 헌신했다. 정부는 그의 공적을 인정해 95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다.

계 지사의 증손녀 계이리나씨는 21일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서 “(증조) 할아버지께서 고국으로 돌아가는 게 살아생전 꿈이었다”며 “결국 꿈을 못 이루고 돌아가셨는데, 이렇게 이뤄져서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께서 ‘할아버지로부터 한 번도 독립운동 당시 얘기를 듣지 못했다’고 했다”며 “행여 (증조) 할아버지가 독립운동을 했다는 얘기가 새어 나가면 감옥에 끌려갈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함경북도 온성에서 태어난 황 지사는 독립만세 시위에 참여했다가 20년 체포를 피해 중국 지린성으로 망명했다. 증손녀인 황베로니카씨는 “(증조할아버지께서) 3·1운동에 참가했다가 체포된 후 탈옥했다”며 “수영도 할 줄 모르면서 두만강을 건너 러시아로 이동했다는 얘기를 자주 들었다”고 전했다. 황 지사는 22년까지 러시아 연해주 지역에서 무장부대 일원으로 활동했다. 2005년 그에게 건국훈장 애족장이 추서됐다. 외손자인 리베체슬라브씨는 “독립유공자 후손들은 유공자를 기억하고 인정해주고, 그 후손을 지원해주고 있는 정부에 매우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자흐스탄을 국빈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알마티에서 동포간담회를 주재한 뒤 곧바로 누르술탄 국제공항으로 이동해 계 지사와 황 지사의 유해 봉환식을 주관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국외에서 독립유공자 유해 봉환식을 주관한 것은 처음이다. 정부는 두 지사 및 배우자의 유해 4위와 유가족을 함께 태우기 위해 공군 2호기를 누르술탄으로 급파했다.

문 대통령은 추모사에서 “네 분을 모시는 것은 대한민국 정부가 당연히 해야 할 임무이며 독립운동을 완성하는 일”이라며 “머나먼 이국땅에서 생을 마감하신 독립유공자들의 정신과 뜻을 기리고 최고의 예우로 보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한없는 경의를 표하며 민족의 가슴에 영원히 기억되도록 하겠다. 이제 네 분을 조국, 고향산천으로 모신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역시 강제 이주로 현지에 묻힌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봉환하는 문제도 카자흐스탄 정부와 논의했다. 카자흐스탄에는 홍 장군과 최이붕 지사, 강연상 지사의 묘소가 있다.

계 지사와 황 지사의 유해는 22일 오전 서울공항에 도착한다. 유가족 의사에 따라 계 지사 부부의 유해는 국립서울현충원에, 황 지사 부부의 유해는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알마티·누르술탄=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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