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전체메뉴보기 검색

HOME  >  시사  >  종합

패스트트랙 패싱 당한 한국당 “20대 국회는 없다”

입력 2019-04-22 18:55:02
자유한국당을 뺀 여야 4당 원내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선거제도 개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관한 합의문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당 윤소하, 민주평화당 장병완,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 최종학 선임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왼쪽은 나경원 원내대표. 황 대표는 “독재적 수단을 동원해 정권 유지 궁리만 하는 문재인 정권이 제자리로 올 때까지 강력한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종학 선임기자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이 22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와 선거제도 개편 등 쟁점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올리는 것에 합의했다. 여야 4당은 23일 오전 10시 각각 의원총회를 열고 당내 추인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하지만 캐스팅보트를 쥔 바른미래당 내부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실제 패스트트랙 지정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자유한국당은 4당 합의안 발표에 “선거제 개편안과 공수처법을 패스트트랙에 태우는 순간 20대 국회는 없다”며 강력 반발했다.

여야 4당 원내대표는 2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수처 설치, 선거제도 개편,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을 25일까지 각 상임위원회에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한다는 데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핵심 쟁점이던 공수처의 경우 기소권을 제외한 수사권과 영장청구권을 주기로 했다. 또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대해 법원에 재정신청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기로 했다. 다만 공수처가 수사한 사건 중 판사, 검사와 경찰의 경무관급 이상이 기소 대상에 포함돼 있는 경우엔 기소권도 부여하기로 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공수처 수사 대상은 대통령 친인척을 포함해 7000명인데, 판검사와 경무관급 경찰 이상이 5100명”이라며 “공수처가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권한을 충분히 줬다고 본다”고 말했다.

공수처를 총괄하는 공수처장 임명 과정에 대통령 권한을 넓혀 놓은 것도 이번 합의의 특징이다. 민주당이 지난해 11월 발의한 공수처법의 공수처장 임명 조항에는 후보자 1명을 국회에서 선출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돼 있다. 그런데 이날 합의문에는 추천위가 추천한 2명 중 대통령이 지명한 1명에 대해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했다.

합의문은 또 국회 몫인 4명의 공수처장 추천위원 중 여당에 2명, 야당에 2명을 각각 배정하도록 했다. 애초 바른미래당은 국회가 추천하는 4명 중 3명은 야당에 추천권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결국 민주당은 공수처의 일부 기소권를 내놓는 모양새를 취하는 대신 대통령의 공수처장 임명 영향력을 확대하는 내용의 실리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야 4당 원내대표는 선거제도 개편의 경우 지난달 17일 4당이 합의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뼈대로 일부 미세 조정하기로 합의했다. 당시 4당은 국회의원 정수를 지금처럼 300석으로 유지하되 지역구를 253석에서 225석으로 줄이고, 정당득표율과 의석수를 연동하기 위해 비례대표를 47석에서 75석으로 늘리기로 합의했다.

여야 4당은 또 검·경 수사권 조정은 그동안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4당 위원들 간 합의 사항을 기초로 법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여야 4당 원내대표는 25일까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사개특위에서 패스트트랙 지정을 완료하기로 했다. 패스트트랙 지정 후에도 자유한국당과 협상을 해 합의안을 도출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관건은 바른미래당 의원총회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당내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별 어려움 없이 추인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승민 전 대표 등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은 선거제도 개편을 패스트트랙에 올리는 것 자체에 반대하고 있다. 아울러 의원총회 추인 정족수를 과반으로 할지, 3분의 2로 할지를 놓고 지도부와 바른정당계 의원들 간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의원총회를 통과해도 법안이 처리되려면 최장 330일이 걸린다. 패스트트랙 법안은 상임위에서 180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90일간 심사를 해야 하고, 이후 본회의 부의 기간도 60일이 소요된다.

한국당 반발도 넘어야 할 산이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의회민주주의가 조종을 울렸다”며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말한 ‘국회 260석’을 위한 실질적 시동을 걸었다. 좌파 장기집권 플랜이 가동됐다”고 비판했다. 한국당은 23일 오전 10시 패스트트랙 저지를 위한 맞불 의원총회를 소집했다.

임성수 이형민 김성훈 기자 joylss@kmib.co.kr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