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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과 푸틴의 ‘케미’, 트럼프 애증·제재…닮은꼴 스트롱맨

입력 2019-04-24 04:05:01


북·러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23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극동연방대에 이날 공수된 것으로 보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전용 벤츠 차량이 들어서고 있다. 이 대학에서 김 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열리며, 김 위원장의 숙소도 캠퍼스 내 호텔로 정해졌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르면 24일 첫 대면을 한다. 조선중앙통신은 23일 “김정은 동지가 푸틴 각하의 초청에 의하여 곧 러시아를 방문하게 된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24일 오전 11시 북·러 국경을 통과해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한 뒤 푸틴 대통령과 만찬을 가질 예정이다. 러시아 정부는 25일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유리 우샤코프 대통령 외교 담당 보좌관은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 “한반도 핵문제의 정치·외교적 해법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32세의 나이 차가 있지만 오랫동안 북한과 러시아를 철권통치하고 있는 ‘스트롱맨’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농구와 스키(김정은), 유도와 아이스하키(푸틴) 등 화끈한 스포츠를 즐기는 것도 비슷하다. 닮은 게 많은 두 정상이 이번 만남을 통해 어떤 ‘화학적 결합’을 이뤄낼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1984년생으로 35세인 김 위원장은 25세 때인 2009년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부터 후계자로 지명된 뒤 북한 권력의 실세가 됐다. 김정일 위원장 사망 직후인 2012년 20대 후반의 나이로 집권했다. 1999년 대통령 권한대행에 오른 푸틴 대통령은 2008년부터 4년간 총리 형태로 ‘섭정’한 것을 제외하면 20년간 한 번도 권좌에서 물러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나 푸틴 대통령 모두 앞으로 길게는 수십년 장기집권할 가능성이 높다.

정적을 가차없이 숙청해 권력 기반을 확고히 하는 두 정상의 통치 스타일도 비슷하다. 김 위원장은 집권 이듬해인 2013년 12월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했다. 2017년 2월에는 김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됐다. 러시아 역시 유력 야권 지도자였던 보리스 넴초프가 의문사 당하고, 서방으로 망명한 주요 인사들이 잇따라 피살되는 등 푸틴 대통령 집권 내내 폭압정치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통치 스타일이 비슷한 두 정상이 서로의 존재감이나 상대국 국내 정치에 대해 긍정 평가하면서 상당한 ‘브로맨스’(남자들의 우정)를 과시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는 북·러의 국제정치적 상황도 빼닮았다. 북한은 김 위원장 집권 이후 2017년까지 지속한 핵·미사일 도발로 사상 최대의 제재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부터는 전통 우방인 중국과의 공식 교역도 사실상 붕괴됐다. 러시아도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 합병 이후 서방으로부터 각종 제재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두 정상이 이번 회담에서 국제사회의 제재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두 정상의 만남은 미국이나 국제사회를 향한 메시지를 발산할 기회를 가지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연말로 비핵화 협상 시한을 정해놓은 김 위원장과 ‘뮬러 특검’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압박해 제재를 돌파하려는 푸틴 대통령의 계산이 맞아떨어진 셈”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애증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같은 처지다. 트럼프 대통령과 개인적 관계는 좋지만 둘 모두 미국 주도의 제재 문제를 놓고선 대치하고 있다. 때문에 양 정상이 이번 회담에서 동병상련 입장으로 서로를 두둔하고, 미국을 상대로 협공을 펼 것이란 예상이 많다. 박 교수는 “특히 푸틴 대통령의 한반도 비핵화 및 대북 제재 관련 발언에 미국이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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