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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트랙 지정 7부 능선 넘었지만… 큰 고개는 이제부터

입력 2019-04-23 18:50:02
23일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의원총회에 유승민(왼쪽), 지상욱 의원이 참석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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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여야 4당이 23일 일제히 의원총회를 열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와 선거제도 개편 등 쟁점 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추인했다. 공수처와 선거제 개혁이 사실상 7부 능선을 넘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최종 관문인 본회의 통과까지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범여권인 민주당과 평화당, 정의당은 오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전날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 원내대표의 잠정 합의안을 만장일치로 추인했다. 추인까지 채 1시간도 걸리지 않을 정도로 일사천리로 절차가 진행됐다. 가장 큰 변수로 여겨졌던 바른미래당은 4시간가량의 마라톤 의총 끝에 참석 의원 23명 중 12명이 찬성, 11명이 반대해 가까스로 합의안을 추인했다.

의총에서 패스트트랙 찬성파와 반대파 양측은 시작부터 의총을 비공개로 진행하는 문제로 충돌했다. 합의안 추인에 출석 의원 과반의 동의가 필요한지, 소속 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지를 두고도 양측은 팽팽히 맞섰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오른쪽)가 23일 열린 의원총회에 들어서고 있다. 

합의안이 여야 4당 추인을 거치면서 외형적으로는 패스트트랙 처리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이지만, 첫 관문인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와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부터 험로가 예상된다. 여야 4당이 패키지로 합의한 법안 가운데 선거제 개혁안은 정개특위, 공수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안은 사개특위를 먼저 거쳐야 한다.

소관 상임위 위원 5분의 3 이상 찬성하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할 수 있게 한 국회법에 따라 정수가 18명으로 돼 있는 사개특위와 정개특위에서 최소 11명 이상의 찬성표가 각각 나와야 한다.

정개특위의 경우 위원장인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민주당 의원 8명, 천정배 평화당 의원, 김동철·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까지 12명이 찬성하고 있어 선거제 개혁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에 큰 난관은 없다. 하지만 사개특위는 바른미래당 소속인 권은희·오신환 의원이 찬반 입장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어 패스트트랙 지정 여부를 장담하기 어렵다.

특히 오 의원은 그간 소속의원 3분의 2 이상의 의결로 ‘당론’이 정해지면 “당론을 따르겠다”는 입장이었는데, 당론이 아닌 과반 찬성의 ‘의총 의결’로 당 결정이 정해진 만큼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도 있다. 이들 중 한 명이라도 공수처법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대하면 부결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두 의원에 대해 바른미래당 지도부가 상임위 사·보임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왔지만, 김 원내대표는 “상임위 사·보임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국당의 강력한 반발도 변수다. 여야 4당의 합의안 추인 직후 정개특위는 25일까지 패스트트랙 지정을 마무리하기로 한 전날 합의 내용에 따라 전체회의 소집을 위한 간사 회동을 했지만, 한국당 반발로 결론을 내지 못했다. 한국당이 국회법에 보장된 안건조정위 구성을 요구할 경우 최소 90일간 상임위 처리가 지연된다. 여상규 한국당 의원이 위원장을 맡은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최장 90일간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최장 60일로 마련된 본회의 부의기간을 생략한다고 해도 180일이 소요된다. 여야 4당 합의대로 25일 패스트트랙을 지정한다 해도 최소한 그로부터 180일 뒤인 10월 21일 이후에야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여야가 내년 총선 전 선거제 개혁을 입법화하기에는 시간이 빠듯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종선 신재희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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