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전체메뉴보기 검색

신하균x이광수 “형제 앙상블, 실제 우리 모습 묻어난 듯” [인터뷰]

입력 2019-04-30 00:10:01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에서 각자의 장애를 품고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두 인물을 연기한 배우 신하균(왼쪽 사진)과 이광수. NEW 제공
 
신하균 이광수 주연의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한 장면. NEW 제공
 
‘나의 특별한 형제’에서 지체장애인인 형 세하 역을 맡은 배우 신하균. 그는 “실제 나는 말주변이 없는 편인데, 어쩌면 그래서 연기를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연기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감정을 나누는 것이 즐겁다”고 했다. NEW 제공
 
‘나의 특별한 형제’에서 지적장애인 동생 동구를 연기한 이광수. 경쟁작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막강한 흥행력에 대해 그는 “나도 어벤져스 팬이라 보러 가긴 할 건데, 관객들이 우리 영화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한다”고 웃었다. NEW 제공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어도 이들은 분명 형제다. 전신마비인 지체장애인 세하(신하균)와 5세 아이 수준의 지능을 가진 지적장애인 동구(이광수). 누군가 수군대고 손가락질할지라도, 이들은 서로의 몸과 머리가 되어 거뜬히 두 사람의 몫을 해낸다. 둘이 함께라면 두려울 게 없다.

1일 개봉하는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감독 육상효)가 품고 있는 따뜻함이 짐작되시는지. 실존 인물의 삶을 극화한 영화는 장애를 가진 두 주인공이 하나 되어 거친 세상을 헤쳐 나가는 모습을 한 편의 우화처럼 펼쳐낸다. 그 경쾌 발랄함의 끄트머리에서 뭉근히 전해지는 것은 서로 돕고 의지하며 함께 살아가는 삶의 의미다.

세하는 동구를 위해 생각과 판단을 대신해주고, 동구는 목 아래로 움직일 수 없는 세하의 손과 발이 되어준다. 오랜 세월 한몸으로 살아온 둘은 서로의 부족함을 이해하고 감싸 안는다. 진정 어린 표현력과 찰떡같은 호흡으로 두 인물을 연기해낸 배우 신하균(45)과 이광수(34)를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각각 만나봤다.

신하균이 출연을 결심한 건 시나리오가 주는 특별한 느낌 때문이었다. 슬픔이 밀려드는 동시에 아이러니하게도 기분이 좋아지더라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힐링이 되더라고요. 무엇보다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각이 좋았어요. 동정 섞인 시선을 보내거나 대단히 특별한 사람으로 그리지 않거든요.”

캐릭터에 대한 애틋한 마음도 들었다. 신하균은 “삶을 포기했다가 다시 의지를 다지고 살아가는 세하에 대한 연민이 컸다”며 “그가 느꼈을 삶의 무게와 책임감 등이 복합적으로 공감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어릴 적부터 몸을 움직이지 못한 인물의 상황이나 감정을 최대한 이해하고 진정성 있게 연기하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다르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장애인이니까 어떻게 연기해야겠다는 계획을 세우기보다 동구와의 관계를 탄탄히 그리는 데 집중했죠. 코미디를 위한 과도한 억지 설정은 지양했어요.”

후배 이광수에 대해서는 아낌없는 칭찬을 쏟아냈다. 신하균은 “광수씨가 현장에서 그렇게 몰입하는 배우인지 몰랐다. 굉장한 집중력을 보여주더라”며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선을 잘 타면서 연기했다. 믿음이 갔고, 그러다 보니 리액션도 자연스럽게 나온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광수씨와의 앙상블이 좋아 보였다면, 실제 우리 둘의 관계가 그대로 묻어났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광수씨에 대한 애정이 커요. 제가 도움도 많이 받았어요. 세하에게서 깊은 감정이 나올 수 있었던 건 동구 덕분이에요.”

연기 경력 20년이 넘은 신하균은 “작품을 선택할 때마다 새로움을 추구하는 건 똑같다. 다만 나이가 들수록 작품을 보는 시야가 넓어진다”고 얘기했다. 신하균이라면 믿고 본다는 평가에 관해서는 “힘이 되는 동시에 책임감도 커진다. 난 단지 내가 연기한 인물로만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이광수는 동구 역을 제안받고 걱정에 휩싸였다. 햇수로 10년째 출연 중인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SBS)으로 굳어진 코믹 이미지 때문에 캐릭터가 희화화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고민이 됐지만, 그런 이유로 피하기 시작하면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지 않을 것 같았어요. 이번엔 뭔가 바꿔봐야겠다, 욕심이 생겼죠.”

상대 배우가 신하균이라는 소식은 그의 의지에 힘을 실었다. 이광수는 “나는 어릴 때부터 하균이 형의 영화를 보며 자란 팬”이라면서 “처음엔 조심스러웠지만 점점 편해졌다. 신하균이라는 배우와 같은 카메라 앵글에 담긴다는 것 자체가 영광스러웠다”고 들떠했다.

‘나의 특별한 형제’는 이례적으로 개봉 전 베트남에서 대규모 프로모션 행사를 열었다. ‘런닝맨’을 통해 동남아 전역에서 ‘아시아 프린스’로 거듭난 이광수의 인기 덕이었다. 이광수는 “예능인이 아닌 배우로서 해외에 나간 경험은 많지 않은데, 현지 팬들이 어떻게 느끼실지 궁금하고 기대도 된다”고 전했다.

이광수는 인터뷰 내내 ‘런닝맨’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표했다. 그는 “때로 ‘예능 이미지 때문에 연기에 방해를 받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는데 ‘런닝맨’이 있었기에 배우로서도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단언했다.

최근 몇 년간 이광수는 ‘디어 마이 프렌즈’(tvN·2016) ‘탐정’(2018) 등 여러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호평을 얻었다. 그는 “감사하게도 좋은 작품들을 많이 하고 있는데, 날 대체할 수 있는 배우는 너무나도 많지 않나. 지금의 상황을 잘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겸손해했다.

“배우로서 무얼 이루고 싶다는 거창한 목표는 없습니다. 한 가지 바라는 게 있다면, 다작(多作)을 하고 싶어요. 그래야 훗날 ‘열심히 살았구나’ 뿌듯하게 돌아볼 수 있을 것 같아서요. 많은 작품을 잘해내는 게 저의 계획이자 꿈입니다. 계속 성장하기 위해 노력해야죠.”

권남영 기자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