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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트랙 장소 바꿔 결국 처리

입력 2019-04-30 01:00:02
자유한국당 의원과 당직자들이 29일 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에서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회의가 열리자 문 앞에 모여 거칠게 항의하고 있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사개특위 회의와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회의를 열어 각각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과 선거제도 개편 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했다. 최현규 기자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29일 밤 극적으로 선거제도 개편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했다. 여야가 지난 25일 이후 패스트트랙 대치를 이어간 지 4박5일 만이다. 패스트트랙 지정은 성공했지만 여야가 물리적 충돌과 고발전(戰)을 이어가면서 정치적 후유증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2012년 국회선진화법 통과 이후 최악의 ‘동물국회’ 재연에 여야 모두 ‘상처뿐인 정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이날 밤 국회에서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회의와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회의를 동시에 열어 공수처 설치법안,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 선거제도 개편안 등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했다. 패스트트랙 지정은 무기명 투표로 사개특위 재적위원 18명 중 11명, 정개특위 재적위원 18명 중 12명이 찬성하면서 각각 의결됐다. 여야 4당은 사개특위를 당초 국회 본관 220호, 정개특위는 본관 445호에서 열기로 했지만 한국당 의원들이 미리 봉쇄하자 회의실을 각각 본관 506호, 정개특위는 604호로 기습 변경해 패스트트랙 지정을 강행했다. 한국당 소속 의원들은 회의장에서 내내 ‘좌파 독재’ ‘날치기’라며 구호를 외치며 저항했지만 끝내 패스트트랙 지정을 막지 못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패스트트랙 처리는 불투명했다. 한국당의 극렬 저항 외에도 여야 4당 사이에 이견이 노출됐기 때문이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사개특위에서 애초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키로 한 민주당 백혜련 의원의 공수처 설치 법안과 별개로 자당 소속 권은희 의원의 법안도 함께 올리자고 요구했다. 민주당은 이를 수용했지만 민주평화당에 “패스트트랙 법안을 단일안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급제동을 걸었다. 평화당은 이날 오후 9시 긴급 의원총회 끝에 공수처법 패스트트랙 지정 방안에 대해 난상토론을 벌였고, 결국 패스트트랙 법안 복수 지정을 수용했다.

패스트트랙 지정에 따라 선거제 개편과 공수처 설치는 일단 정상 궤도에 올라 본격 논의가 시작될 전망이다. 패스트트랙을 둘러싼 물리적 충돌은 일단락됐지만, 여야 4당과 한국당의 극렬한 정치 공방은 ‘2라운드’에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지정에 대해 “민주주의는 죽었다”고 반발했다.

대규모 법적 공방도 예정돼 있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한국당 의원들을 국회법 위반, 특수공무집행 방해 등의 혐의로 대거 고발했다. 이에 맞서 한국당도 민주당·정의당 의원을 공동상해 혐의로 무더기 고발한 상태다.

여야 모두 ‘정치실종’ 비난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한국당은 국회선진화법을 무시하고, 국회 의안과와 회의실을 물리적으로 봉쇄했다. 바른미래당 사개특위 위원인 채이배 의원을 6시간 넘게 사실상 의원실에 감금해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임성수 김성훈 심우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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