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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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과 함께하는 설교] 베데스다에서의 치유

입력 2019-05-03 00:05:02


예루살렘 양문 곁에는 베데스다라는 연못이 있습니다. 베데스다는 히브리말로 ‘은혜의 집’ ‘자비의 집’이라는 뜻입니다. 그곳에는 다섯 개의 행각이 있고, 안에는 수많은 아픈 사람과 장애인들이 누워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천사가 가끔 내려와 연못의 물을 움직였는데, 그 후 연못에 가장 먼저 들어가는 사람은 어떤 병에 걸렸든지 깨끗하게 낫기 때문입니다.

본문은 예수님이 베데스다 연못에서 38년 된 병자를 고친 이야기입니다. 예수님이 병자에게 “낫고자 하느냐”라고 물었을 때 그는 자신을 연못에 넣어주는 사람이 없어 매번 다른 사람이 먼저 들어갔다고 말했습니다. 매우 한 맺힌 말이었습니다.

38년이나 병을 앓았으니 온갖 고생을 했고, 아마도 일찍이 베데스다에 와서 오랜 세월을 기다렸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물에 들어가지 못해 나을 수 없었습니다. 물에 들어가려고 하면 그보다 형편이 나은 사람이나 보호자가 있는 사람이 먼저 연못에 들어가 버렸기 때문입니다.

병자의 사정을 이미 알고 계셨던 예수님은 “일어나 네 자리를 들고 걸어가라”고 하셨습니다. 그러자 병자는 자리를 들고 걸어갈 수 있었습니다. 병이 치유된 것입니다.

베데스다는 세상의 축소판이었습니다. 모여든 사람들은 모두 질병과 장애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지만 일반 사회와 마찬가지로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베데스다의 뜻이 ‘자비의 집’인데도 본문의 상황을 보면 전혀 자비가 없어 보입니다. 오히려 더 치열하고 살벌해 보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을 먼저 생각하며 살아갑니다. 장애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장애로 인한 상처를 서로 보듬어 주고 이해하고 양보할 법도 한데, 자신을 위해 경쟁하고 이웃의 아픔을 모른 척합니다. 이로 인해 누군가는 또다시 억울하게 소외당하고 차별당하게 되는 것입니다.

사회가 베데스다에 질서를 세워봐야 고작 순서를 정해 번호표를 나눠주는 정도일 것입니다. 그것이 인간사회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사회에는 희소성의 법칙이 있어서 모든 사람에게 나눠줄 만큼의 충분한 은혜나 자비가 없습니다. 베데스다 연못은 오직 한 사람, 가장 먼저 물에 들어가는 사람만 고칠 뿐입니다.

주님이 없는 사회는 예나 지금이나 또한 앞으로도 사랑 없는 경쟁사회일 뿐입니다. 오직 주님만이 은혜와 자비가 풍성하셔서 모든 사람을 구원하고 은혜를 넉넉히 베풀어 주실 수 있습니다.

본문에서 중요한 사실 하나는 주님이 모든 형편을 이미 알고 계신다는 사실입니다.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님은 38년 된 병자가 얼마나 오래 병을 앓았으며, 어떤 고통과 차별을 경험했는지를 아셨습니다. 베데스다 연못에서 일어나는 생존경쟁의 처절한 현실을 알고 계셨습니다.

베데스다에서 행하신 예수님의 치유는 단순히 환자의 질병만 고친 것이 아닙니다. 우리를 사랑하셔서 구원하시고자 자신의 몸을 십자가에 내어주신 분입니다. 이러한 예수님의 사랑은 병든 몸뿐만 아니라 장애로 인해 상처 입은 마음도, 경쟁으로 치닫게 하는 사회도 치유합니다.

무엇보다 은혜를 입고도 여전히 나만 생각하는 우리의 영혼도 치료하십니다. 사랑이 없으면 자기 자신밖에 모릅니다. 진정한 은혜와 사랑은 오직 예수님으로부터 나옵니다. 주님의 은혜를 경험한 사람이라면 함께 베데스다 연못가에 누워서 괴로움을 겪으며 꿈과 소망을 나누던 이웃을 생각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최대열 목사(서울 명성교회 사랑부)

◇명성교회 사랑부는 명성교회의 장애인 부서 중 하나로 발달장애인과 함께합니다. 명성교회는 1993년 사랑부를 세웠습니다. 2019년 현재 4개의 주일예배부서에 200여명의 학생이 있으며, 학생과 교사가 일대일로 함께 예배를 드리고 삶과 비전을 나누고 있습니다. 최대열 목사는 19년째 명성교회 사랑부를 섬기고 있습니다.

●이 설교는 장애인을 위해 사회적 기업 ‘샤프에스이’ 소속 지적 장애인 4명이 필자의 원고를 쉽게 고쳐 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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