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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살해 가담 친모 “남편 두려워 범행 못 말렸다”

입력 2019-05-02 19:30:01
재혼한 남편과 함께 딸을 살해하고, 시신 유기를 방조한 혐의를 받는 30대 친모가 2일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아내와 사전 공모한 의붓아버지의 계획적 범행이 가녀린 12살 여중생 딸을 사지(死地)로 몰았다. 성추행을 견디다 못한 여중생은 친모의 묵인과 방관 속에서 싸늘한 주검이 됐다.

광주 동부경찰서는 2일 딸 살해 공모 혐의를 부인하던 친모 유모(39)씨가 전날 자정쯤 “할 말이 있다”며 심야조사를 자청해 남편 김모(31)씨가 주도적으로 저지른 범행에 가담한 사실을 자백했다고 밝혔다. 유씨는 새벽 2시30분까지 진행된 조사에서 심경변화를 일으켜 자신에게 적용된 살인·사체유기 방조혐의를 인정했다. 범행을 막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남편 김씨가 해코지할 것이 두려웠다”고 진술했다. 자백 직후 살인혐의로 긴급체포된 유씨는 이날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지만 고개를 숙인 채 기자들의 질문에 침묵을 지켰다.

유씨는 영장실질심사에서 혐의를 시인했으나 “나도 남편에게 당할까 봐 무서워 범행을 말릴 수 없었다. 딸에게 미안하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씨는 김씨가 지난달 27일 오후 6시30분쯤 전남 무안의 한 농로에서 중학생 딸 A양(12)을 살해하고 시신을 광주 동구 너릿재터널 인근 저수지에 유기하는 과정을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김씨가 의붓딸이 자신을 성범죄자로 지목하고 친부 등에게 고자질한 데 앙심을 품고 복수를 하기 위해 아내 유씨와 짜고 계획적 범행에 나섰다고 밝혔다. A양은 지난달 28일 오후 3시쯤 광주 동구 너릿재터널 인근 저수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 사건에서 경찰이 피해자 보호조치를 소홀하게 했는지 등 인권침해 여부를 조사하기로 결정했다. 성추행 피해신고 과정에서 가해자에게 신고 내용이 알려지면서 살인을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인권위 관계자는 “현재 피해자 유족이 ‘경찰의 늑장수사로 피해자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고 토로하고 여러 곳에서 경찰이 미흡하게 대응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직권조사 결정 이유를 밝혔다. 인권위는 성범죄 피해자 보호 및 지원 시스템의 부실 문제가 이 사건에 영향을 미쳤는지도 살펴볼 방침이다.

광주=장선욱 기자, 안규영 기자 sw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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