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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국민에 웃음 선사한 ‘개콘’ 1000회 맞아 재도약 날갯짓

입력 2019-05-09 04:05:02
지난 5일 방송된 한국 최장수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998회)의 한 장면. 1999년 첫 전파를 탄 이래 시청자들과 끊임없이 호흡하며 시원한 웃음을 안겼었던 개그콘서트는 오는 19일로 1000회를 맞게 됐다. 특집은 코미디와 음악 등이 다채롭게 어우러진 무대로 꾸며질 예정이다. 방송화면 캡처


1999년 9월, 대학로 소극장에서나 볼 수 있던 공개 코미디가 TV 전파를 탔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공개 코미디의 시대가 활짝 열렸다. 주인공은 ‘개그콘서트’(KBS2). 오는 19일 1000회라는 금자탑을 세우는 이들이 최근 몇 년간의 부진을 딛고 새롭게 도약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한때 시청률 30%에 육박했던 개그콘서트는 ‘월요병 예방주사’였다. 일요일 밤을 굳건히 지키며 20년간 숱한 코너와 유행어를 히트시켰다. ‘봉숭아 학당’ ‘사바나의 아침’ ‘갈갈이 삼형제’ ‘수다맨’ ‘우격다짐’ ‘대화가 필요해’ ‘달인’ 등이다.

예능인의 산실(産室) 역할도 톡톡히 했다. 현재 활발히 활동 중인 방송인 다수가 개그콘서트 출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현섭 박준형 정종철 김준호 김대희 신봉선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걸출한 인재들이 수없이 배출됐다. 공개 코미디 붐을 일으키며 ‘웃찾사’(SBS·2003) ‘개그야’(MBC·2006) 등 프로그램 제작의 촉매제가 되기도 했다.

물론 개그콘서트의 인기가 코미디언들의 끼와 유머가 듬뿍 담긴 3분 내외의 콩트 때문만은 아니었다. 코미디의 사명 중 하나인 풍자를 가득 담은 코미디는 여타 프로그램의 개그와 신선한 차별점이 됐다. 이들은 유민상의 ‘민상토론’(2015) ‘대통형’(2016) 등 세태를 꼬집는 코너를 꾸준히 선보이며 동시대 관객들과 호흡해왔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조금씩 힘을 잃어갔다. 부진을 해결하기 위해 2017년 말 김대희 강유미 안상태 신봉선 박휘순 박성광 등 전성기 멤버들이 복귀를 알렸고, 코너 개편 등 지속적 노력을 기울이며 재기를 노렸으나 쉽지 않았다. 최근엔 시청률 5~6%대를 맴돌고 있다.

침체기가 찾아온 건 버라이어티와 관찰 예능이 새 트렌드로 부상한 탓이 컸다. 공개 코미디에 대한 수요는 점차 시들해졌다. 개그를 소비할 수 있는 플랫폼도 다양화됐는데, 유튜브와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움짤’(움직이는 형태의 사진) 등 요즘 감성에 맞는 빠른 템포의 실험적 코미디들을 손쉽게 만나볼 수 있게 됐다.

변화한 개그 코드도 발목을 잡은 요인 중 하나다. 과한 풍자 욕심은 이따금 독이 됐다. 외모·젠더·연령 등 민감한 소재를 거칠게 다루며 실망감을 안겨준 때가 있었다. 무엇보다 인재 양성소라 부르기에 부족함 없던 개그콘서트 내 코미디언 개개인을 각인시키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크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스타 코미디언들이 계속 배출됐다는 게 개그콘서트가 성공할 수 있었던 큰 요인 중 하나”라며 “세대교체, 신인의 발굴 등이 잘 이뤄지지 않으면서 힘이 빠진 부분이 크다”고 했다.

개그콘서트는 1000회를 맞아 코미디, 음악 등이 다채롭게 어우러진 특집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긴 침체를 벗어나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서는 형식적 변화에 더해 참신한 발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 평론가는 “무대를 탈피하는 방식 등으로 현장성을 가미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며 “재밌는 극본을 위한 고민과 여러 코미디언들의 창발성을 담을 수 있는 그릇으로의 변화가 필요한 때”라고 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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