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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깜짝 제안→ 김정은 호응… 역사적 이벤트 하루 만에 성사

입력 2019-07-01 04:05:0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0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으로 갔다 다시 남측으로 넘어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함께 비무장지대(DMZ) 내 오울렛 초소에 올라 북쪽 지역을 설명하고 있다. 6·25전쟁에서 공을 세우고 전사한 미 병사 조지프 오울렛 일병의 이름을 딴 오울렛 초소는 군사분계선(MDL)과 가장 가까운(25m) 초소다. 연합뉴스


남·북·미 세 정상의 극적인 첫 3자 회동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획과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판문점 회동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했다”고 했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회동 제안에 깜짝 놀랐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과감하고 독창적인 접근방식”이라고 했다. 만 하루, 극비리의 실무 준비 끝에 극적인 3자 회동이 이뤄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판문점 회동을 자신이 적극적으로 추진했음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 “내가 SNS로 메시지를 보냈을 때, 사실 이 자리까지 오시지 않았으면 제가 굉장히 좀 민망한 모습이 됐었을 텐데, 이렇게 나와 주셔서 대단히 감사하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 오사카에 머물던 중 트위터에 “그곳(한국)에 있는 동안 김 위원장이 이것을 본다면 나는 DMZ(비무장지대)에서 그를 만나 악수하고 인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제안 약 32시간 후에 전격적인 3자 회동이 현실화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문점 회동 전 청와대에서 열린 한·미 공동기자회견에서도 이번 회동에 대해 “이 부분은 굉장히 오랫동안 생각을 했었지만 어제 급하게 인사하면서 악수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떠올라 이렇게 성사됐다”고 소개했다.

김 위원장도 이번 회동이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 제안이라는 점을 공식 확인했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마주 앉은 뒤 “트럼프 대통령이 어제 아침에 그런 (회동) 의향을 표시하신 것을 보고 나 역시 깜짝 놀랐다”며 “사전에 합의된 만남이 아니냐 하는데, 정식으로 오늘 여기서 만날 것이라는 제안하신 말씀을 (어제) 오후 늦은 시간에야 알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우리가 훌륭한 관계가 아니라면 하루 만에 이런 상봉이 전격적으로 이뤄지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두 정상의 회동이 워낙 전격적으로 진행된 탓에 북·미 실무자들은 만 하루 동안 극비리에 회동을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은 이번 회동을 위해 유엔군사령부와 북한군 간에 설치된 직통 전화를 가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북측과 회동해 양 정상의 만남을 조율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건 대표는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보좌관과 함께 헬기를 타고 직접 판문점으로 가서 북측 인사와 경호, 동선 등 실무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9일 비건 대표와 후커 보좌관은 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주재한 만찬에 예상을 깨고 불참하면서 북측과 회동을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비건 대표는 이날 오후 두 정상이 회담하는 동안에도 자유의 집 앞에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과 5분여간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문 대통령도 이날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간 회동이 끝난 뒤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서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원래는 오울렛 GP(경계초소) 공동방문까지만 예정돼 있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대담한 제안에 따라 역사적 만남이 이뤄졌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아주 과감하고 독창적인 접근방식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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