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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日보복 지속땐 6개월 후에 생산 스톱

입력 2019-07-02 04:05:01
나가미네 야스마사(가운데) 주한 일본대사가 1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고 있다.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은 나가미네 대사를 불러 이날 일본이 한국 대법원의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불만으로 경제 보복에 나선 것에 대해 항의하고 유감을 표명했다. 연합뉴스


일본이 반도체 제조 과정에 필요한 핵심 재료 3개에 대한 수출 규제를 공식화하면서 우리나라 반도체, 디스플레이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규제 대상에 오른 3개 품목은 사실상 한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의 필수 소재로 수입이 막힌다면 당장 대체할 곳을 찾기 어렵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일본이 재료 공급을 완전히 중단할 경우 6개월 후면 반도체 생산이 불가능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짧게는 2개월, 길게는 6개월 후면 재고가 소진될 것”이라며 “그때까지 재료 공급이 재개되지 않으면 생산라인은 멈출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서 들여오는 소재는 국내 업체가 한 차례 가공한 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체에 납품한다. 두 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재고 보유 상황은 늘 유동적이다. 당장 규제가 시작돼 공급이 끊기면 버틸 수 있는 게 최대 6개월 정도라는 것이다.

반도체는 하나가 만들어지기까지 약 400개 공정을 거친다. 모든 공정이 미세하고 중요하기 때문에 이 가운데 하나라도 차질이 생기면 반도체를 만들 수 없다. 국내 반도체업계가 최악의 상황을 우려하는 건 일본에서 들여오는 소재가 없으면 반도체 생산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본이 수출을 규제한 품목은 스마트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등에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반도체 기판 제작에 쓰이는 감광제 리지스트, 반도체 세척에 사용되는 에칭가스(고순도불화수소) 등이다. 휘는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폴리이미드에 불소 처리를 해 열 안정성과 강도를 높인 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다. 리지스트는 웨이퍼에 회로를 그리는 노광 과정에 쓰이는 소재로 국내에도 금호석유화학 등이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미세공정으로 갈수록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해 기술력이 앞선 일본 제품을 주로 사용한다. 에칭가스는 반도체를 자르고 씻는 과정에 사용되며 역시 일본 업체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5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리지스트, 에칭가스의 대일 수입의존도는 각각 93.7%, 91.9%, 43.9%다. 에칭가스의 대일 수입의존도는 2010년 72.2%에서 43.9%로 낮아졌으나 리지스트(95.5%→91.9%)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97.7%→93.7%)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정부는 일본 정부를 상대로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서울 종로구 무역보험공사에서 수출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수출 제한 조치는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상 원칙적으로 금지된 조치”라며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WTO 제소를 비롯해 국제법과 국내법에 의거해 필요한 대응 조치를 해나가겠다”고 경고했다.

산업부는 일본산 소재 수입 의존도를 낮추는 대응책도 병행한다. 우선 소재·부품 수입선을 다변화할 방침이다. 일본 정부가 수입을 제한한 3개 품목은 독일 등에서도 생산되고 있다. 이들 국가로 수입선을 돌려 일본산 소재·부품에 기대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또 중장기적으로 자급자족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국내산 소재 생산 설비를 확충하고 대체재가 없는 부품의 경우 국산화를 추진키로 했다. 성 장관은 “우리 부품·소재·장비 경쟁력을 제고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김준엽 기자 세종=신준섭 기자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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