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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감독의 무덤’ 중 슈퍼리그… 웃고 갔다 울고 온다

입력 2019-07-03 04:10:01
최강희. 뉴시스
 
홍명보. 뉴시스
 
최용수. 뉴시스


중국 프로축구 슈퍼리그 다롄 이팡의 최강희(60) 감독이 물러났다. 전북 현대를 아시아 정상급 클럽으로 올려 세운 K리그의 명장 출신이지만, 슈퍼리그에서 실패하고 돌아온 한국의 다른 지도자들과 마찬가지로 불명예 퇴진의 ‘잔혹사’를 이어가게 됐다.

다롄은 1일 “최 감독이 개인적인 사정을 이유로 사임했다”고 밝혔다. 최 감독의 ‘개인적 사정’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사임 형식을 취했지만 사실상 성적 부진에 따른 경질이라는 게 축구계 안팎의 중론이다. 다롄은 올 시즌 슈퍼리그에서 16개 팀 가운데 10위에 머물러 있다. 최 감독이 한국에서 구사했던 ‘닥공(닥치고 공격) 축구’는 다롄에서 통하지 않았다. 다롄은 중간전적 4승 5무 6패 19득점 22실점을 기록하고 있다.

최 감독은 한국 축구대표팀 사령탑을 지낸 2011년 12월부터 2013년 6월까지를 제외하고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오랜 시간을 전북에 몸담았다. 전북은 최 감독 체제에서 K리그 6회, 대한축구협회(FA)컵 1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2회 우승을 차지했다. 최 감독은 그야말로 K리그를 대표하는 명장이었다. AFC로부터 지도력을 인정받아 2016년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했다.

최 감독은 지난 시즌을 끝내고 중국으로 건너갔다. 지난해 11월 톈진 취안젠(현 텐하이)의 감독직 제안을 수락하면서였다. 이때부터 최 감독의 지도자 경력에서 암흑기가 시작됐다. 톈진은 곧 모기업 도산으로 해체됐고 최 감독은 정식 경기를 한 번도 치르지 못한 채 떠났다. 지난 2월 다롄으로 소속을 옮겨 재기를 노렸지만, 한 시즌을 완주하지 못하고 부임 5개월 만에 사실상 경질됐다.

최 감독의 후임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뉴캐슬 유나이티드에서 떠난 라파엘 베니테즈(59) 감독의 부임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베니테즈 감독은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 잉글랜드 리버풀 등 명문 클럽을 지휘했던 스페인 출신 지도자다.

최 감독에 앞서 여러 한국 지도자들이 슈퍼리그에서 웃으며 돌아오지 못했다. 홍명보(50)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 최용수(46) FC서울 감독처럼 한국 축구사에 획을 그었던 국가대표 출신도 예외가 되지 않았다. 홍 전무이사는 2015년 12월 부임한 항저우 뤼청에서 1년6개월 만인 2017년 5월에, 최 감독은 2016년 6월부터 지휘한 장쑤 쑤닝에서 정확히 1년 만에 물러났다. 모두 시즌 중반에 성적 부진을 이유로 팀을 떠났다.

1998년부터 개척한 중국에서 영웅으로 칭송을 받고, 한때 ‘충칭의 별’로 불렸던 이장수 전 감독도 2017년 5월 창춘 야타이에서 성적 부진을 극복하지 못하고 사령탑에서 물러난 뒤 지도자 경력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자본으로 시장을 키우고 있지만 내실을 성숙하게 다지지 못한 슈퍼리그의 ‘무차별적’ 몸집 불리기는 한국 지도자의 연이은 실패에서 중요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유럽·남미의 유명 코칭스태프와 선수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한국 지도자를 ‘징검다리’로만 소모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슈퍼리그 구단에서 감독을 지냈던 축구계 관계자는 2일 “슈퍼리그에서 감독에게 이해할 수 없는 수준으로 요구하는 구단이 많다. 선수 차출에 개입하거나 과도한 마케팅에 동원하기도 한다”며 “한국이나 일본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선수단 운영이 어려운 곳”이라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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