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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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 스케일 자랑하며 아더왕 전설이 깨어났다

입력 2019-07-04 04:05:01
뮤지컬 ‘엑스칼리버’ 공연 모습. 2014년 3월 스위스 세인트 갈렌 극장에서 ‘아더-엑스칼리버’라는 타이틀로 첫선을 보인 작품을 EMK가 월드와이드 공연 판권을 확보해 새롭게 탈바꿈시켰다.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소설과 영화로 여러 차례 알려진 작품이라 관객들이 어느 정도 예상을 하실 텐데, 그 모든 상상을 뛰어넘는 작품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지난해 만난 엄홍현 EMK뮤지컬컴퍼니(이하 EMK) 대표는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당시 공연 준비가 한창이던 신작 ‘엑스칼리버’에 대해 막 물은 참이었다. ‘웃는 남자’를 능가하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그의 호언장담은, 과연 허튼소리가 아니었다.

영국의 아더왕 전설을 재해석한 EMK의 세 번째 창작뮤지컬 ‘엑스칼리버’는 장대한 스토리에 걸맞은 압도적 스케일을 자랑한다. 100억원대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다운 웅장함이 돋보인다. 그렇다고 외형에만 치중한 건 아니다. 인물의 내면에 집중해 이야기의 층위를 한층 탄탄하게 그려낸다.

요약하면 평범한 소년이 위대한 영웅으로 거듭나는 이야기다. 자신이 왕족임을 모른 채 양아버지 밑에서 자란 아더(카이 김준수 도겸)가 1000년간 바위에 꽂혀있던 성검 ‘엑스칼리버’를 뽑아 왕으로 추대되고, 색슨족의 침략에 맞서 나라와 백성을 지키며 진정한 군주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다.

서사 구조는 익숙하나 전개 과정에서 신선한 지점이 엿보인다. 특히 수동적이었던 아더의 아내 기네비어(김소향 민경아)에게 진취성이 부여되면서 극은 활력을 띤다. 충신 랜슬롯(엄기준 이지훈 박강현)은 아더에게 쏠리는 극에 균형감을 부여한다.

러닝타임 150분에 달하는 극은 운명을 받아들이고 성장해 가는 아더의 내면 갈등을 촘촘하게 엮어낸다. 극작가 아이반 멘첼은 “더 나은 존재가 되기 위해 스스로와 싸우는 아더의 모습에 공감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창작 초연임에도 연출 무대 의상 음악 등 거의 모든 요소에서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특히 서정적인 멜로디와 강렬한 스타일을 넘나드는 음악이 작품 전체의 분위기를 좌우하는데, ‘지킬 앤 하이드’ 등으로 유명한 세계적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이 38곡에 달하는 전 넘버를 완성했다.

시각적 즐거움도 상당하다. 화려하게 치장된 무대뿐 아니라 마법과 현실을 드라마틱하게 구현한 특수효과, 국내 최대 인원이 등장하는 대규모 액션신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38명의 학생 앙상블이 참여했는데, 색슨족과의 최후 결투 장면에서는 70여명의 배우들이 무대에 오른다.

아더 기네비어 랜슬롯 외에도 마법사 멀린(김준현 손준호), 아더의 이복누나 모르가나(신영숙 장은아)까지 등장인물이 많다 보니 장면 전환이 매끄럽지 않은 지점이 종종 엿보인다.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후반부 액션신에서도 다소 엉성한 액션 합으로 옥에 티를 남겼다. 다음 달 4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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