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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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 선수에 스테로이드 불법 투약한 이여상

입력 2019-07-04 04:05:01




자신이 운영하는 유소년 야구교실의 고교생들에게 스테로이드 제제를 불법 투약해 논란을 일으킨 인물은 전 프로야구 선수 이여상(35·사진)씨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2007년 삼성라이온즈에 입단해 2017년까지 한화이글스와 롯데자이언츠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그는 밀수입 등 출처가 불명확한 약물을 학생들에게 투약하고 1억6000만원을 챙긴 혐의(약사법 위반)로 지난 2일 구속됐다.

3일 식품의약품안전처 위해사범중앙조사단에 따르면 이씨는 대학 진학이나 프로야구 입단을 목표로 하는 고교 2~3학년 학생들에게 스테로이드 제제와 성장호르몬 투약을 권유했다. 식약처가 불법의약품을 투여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야구교실 소속 선수 7명에게 도핑검사를 실시한 결과 지금까지 2명에게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 나머지 5명은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투약 학생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현재 야구교실에 다니는 학생은 20~30명이다. 식약처는 야구교실을 거쳐 이미 프로구단에 입단한 2명도 조사할 계획이다.

이씨는 3개월분의 ‘투약 스케줄’을 만들어 운동을 마친 학생에게 직접 주사를 놓은 것으로 조사됐다. 학생이 운동을 마치면 샤워장으로 데려가 직접 엉덩이에 주사를 놨다고 한다. ‘3개월로는 효과가 없으니 3개월을 더 하라’며 학부모에게 거듭 투약을 권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양성 반응이 나온 고3 학생의 아버지 김모씨는 기자들과 전화통화에서 “아이가 (주사를 맞고) 아파서 걷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는데 (이씨가) 엄살이라며 진통제를 먹으면 된다고 투약을 약간 강제한 측면이 있다”면서 “프로구단에서 10년 정도 활동한 사람이 불법으로 투약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3개월짜리 스케줄 1건당 300만원씩을 받아 1년간 1억6000만원을 챙겼다. 그는 영장실질심사에서 혐의를 모두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씨와 같이 스테로이드 제제를 스케줄에 맞춰 불법으로 투약하는 조직망이 전 지역에 있다”며 “다음 달 중 20명 정도를 입건할 예정”이라고 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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