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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스파이더맨, 2030에 잠든 동심을 깨운다

입력 2019-07-09 04:10:01
1990~2000년대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2030 관객의 뜨거운 지지를 얻고 있는 영화 ‘알라딘’.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의 극 중 장면. 소니 픽쳐스 제공
 
‘토이 스토리4’의 극 중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2019년판 알라딘을 보는데 자꾸 어린 시절 디즈니가 떠올랐다. 영화가 아니라 추억을 보는 느낌이랄까. 어느덧 나도 이런 나이가 되었구나.”(rem*******)

영화 ‘알라딘’ 개봉 즈음 트위터에 올라온 짤막한 감상평이다. 아마도 이 영화를 관람한 대다수의 관객이 이와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이다. 할리우드의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실사화된 명작 애니메이션을 대형 스크린으로 마주하면서, 아날로그 TV 앞에 쪼그려 앉아 디즈니 만화영화를 기다리던 어린 날의 내가 그리워졌을지 모른다.

1992년작 동명 애니메이션을 바탕으로 한 디즈니 실사 영화 ‘알라딘’은 기록적인 흥행 역주행을 펼치고 있다. 지난 5월 23일 개봉한 영화는 신작 공세에도 꾸준히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유지해 온 끝에 개봉 46일째인 7일 오전 누적 관객 수 900만명을 넘어섰다. 개봉 60일 만에 900만명을 돌파한 ‘보헤미안 랩소디’(2018)보다 무려 14일 빠른 속도다.

이 영화의 흥행 요인으로는 ‘훌륭한 원작’이 첫 손에 꼽힌다. 친숙한 스토리와 귀에 익은 OST가 17년 전 원작을 즐겼던 2030 관객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실제로 CGV 리서치센터의 분석 자료(5월 23일~7월 3일)에 따르면 ‘알라딘’을 관람한 관객의 62% 이상이 20대(34.8%)와 30대(27.8%)인 것으로 집계됐다.

공교롭게 흥행 바통을 이어받은 두 작품도 비슷한 양상을 띤다. 1995년 시작된 시리즈의 명맥을 9년 만에 이은 디즈니 신작 ‘토이 스토리4’와 2002년 영화화된 ‘스파이더맨’의 다른 버전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이다. 1990~2000년대 인기를 끌었던 시리즈가 새롭게 만들어져 관객들로 하여금 과거 추억을 되살리고 동심을 깨우게 한 것이다.

이들 두 작품의 연령대별 점유율 추이를 살펴봐도 확연한 쏠림을 확인할 수 있다. ‘토이 스토리4’는 68.8%(20대 39.7%·30대 29.1%)가,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은 72.8%(20대 47.6%, 30대 25.2%)가 20~30대에 몰려있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이미 검증된 작품이 새롭게 만들어진다는 것에 대한 호기심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과거 명성에 기대지 않고 작품 자체의 완성도를 끌어올린 점 또한 주효했다. 원작을 경험했던 관객들이 새로운 작품에 대해 갖고 있는 기대치를 충족시키면서 ‘추억 마케팅’이 가능해졌다는 설명이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특히 ‘토이 스토리4’의 경우 어른이 되어서야 더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어서 어릴 때 봤던 것과 다른 감동을 느꼈을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 40대 관객 추이도 주목할 만하다. 언급된 세 작품 ‘알라딘’(26.4%) ‘토이 스토리4’(24.4%)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17.2%)에서 30대에 버금가는 점유율을 보였는데, 이는 전체적으로 가족 단위 관객의 비율이 높았다는 분석으로 이어진다. 윤 평론가는 “어릴 적 즐겼던 작품을 자녀와 함께 보는 기쁨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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