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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미국 애태우며 시간끌기… 남엔 ‘소외론’ 내밀며 압박 가중

입력 2019-07-15 04:05:01


지난달 판문점 남·북·미 정상 회동 이후 급물살을 타는 듯했던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 미묘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북한이 ‘이번 주(7월 셋째주)에 실무협상을 갖자’는 미국 측 제안에 아직 답을 하지 않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미국으로부터 양보를 얻어내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최근 북한에 이번 주에 실무협상을 열자고 제안했지만 북한은 14일 현재까지 묵묵부답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13일(현지시간)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르면서 기자들에게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과 관련해) 아직도 (북측에서) 답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 뒤 2~3주 내 실무협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3주차에 접어들었는데, 북한의 답변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외교가에서는 적어도 이번 주에는 실무협상을 시작해야 8월 1~3일 태국 방콕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때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보다 진전된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그동안 대미 협상 때마다 보여준 시간끌기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비핵화 협상 논의가 지연될수록 초조한 것은 자신이 아닌 미국이라는 것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통일안보센터장은 “북한의 전형적인 협상전술 중 하나가 뜸을 들이는 것”이라며 “유리한 협상안을 미국이 가져올 때까지 버티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도 “북한이 본격적인 협상에 앞서 미국의 애를 태우고 있다”며 “구체적인 제재 완화안을 협상 테이블에 들고 오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또 ‘한국 소외론’을 주장하며 한국에 대한 압박 수위도 높였다. 대남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지난 13일 ‘소외론, 결코 공연한 우려가 아니다’는 제목의 논평에서 “한국 소외론은 북남 관계에서 미국의 눈치를 보며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남조선 당국이 스스로 초래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이어 “좌고우면하지 말고 북남선언들의 이행에 과감히 적극적으로 나설 용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북한이 미국과 물밑대화를 하면서 대북 제재 완화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한국이 적극 나서서 미국을 설득, 제재 완화를 이끌어내거나 독자적으로라도 제재를 완화하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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