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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3국협의 제안, 일 거절… 한·일 최악상황 올 수도

입력 2019-07-15 04:05:01


한국 정부가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에 맞서 ‘외교 총력전’에 나섰으나 일본이 묵묵부답하면서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각급 경로를 총동원해 외교적 해결에 나서고 있지만, 일본은 완강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중재의 열쇠를 쥔 미국은 한·미·일 관계 강화를 강조하되 아직까지는 적극적으로 개입할 뜻이 없어 보인다. 일본은 추가 조치를 예고하고 있어 특별한 계기를 맞지 않는 이상 한·일 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3박4일간의 미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14일 귀국했다. 김 차장은 인천공항에서 기자들을 만나 “백악관과 상하원 인사들을 두루 만나 우리에 대한 일본의 일방적 조치의 부당성을 잘 설명했다”며 “미국 측 인사들은 한·미·일 협력이 훼손돼서는 안 된다는 점과 (일본의 조치가) 반도체, 디스플레이, 글로벌 공급체계에 영향을 미쳐 미국 기업이 타격받을 수 있다는 데도 많이 우려했고, 우리 입장을 잘 이해했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특히 “우리의 전략물자 북한 반출 가능성이 있다는 일본 주장에 대해 미국 측도 우리와 같은 평가를 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일본 주장이 근거 없다는 것에 미국도 동의했다는 뜻이다. 김 차장은 “미국 인사들이 우리 입장에 충분히 공감한 만큼 미국 측이 필요하다면 필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미·일 협의와 관련해 김 차장은 “한·미는 언제든 한·미·일 협의를 개최할 수 있다는 입장이나 일본이 아직 준비가 안 된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미국은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의 아시아 순방에 맞춰 지난 12일 일본 도쿄에서 한·미·일 차관보급 협의를 하자고 제안했지만 일본이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말 사이 일본을 방문한 정부 관계자들도 제대로 된 협의조차 진행하지 못했다. 지난 11일 방일한 김정한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은 한·일 국장급 협의 없이 13일 빈손으로 귀국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12일 일본 경제산업성과 과장급 협의를 했지만 이견만 확인하고 돌아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대로 해법은 외교지만 상대방인 일본이 꿈쩍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은 오히려 추가 조치까지 예고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과 관련한 ‘제3국 중심 중재위원회’ 구성 요청에 대해 한국이 18일까지 응답하지 않을 경우 한국을 안보상 우호 국가인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 조치도 고려 중이다.

‘대응과 맞대응의 악순환’을 우려해온 정부도 최근 들어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2일 전남 무안에서 열린 ‘블루 이코노미 비전 선포식’에 참석해 “전남의 주민들이 이순신 장군과 함께 불과 열두 척의 배로 나라를 지켜냈다”고 말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14일 페이스북에 동학농민혁명을 소재로 한 노래 ‘죽창가’를 소개했다. 모두 아베 신조 일본 정부에 대한 불만을 나타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김유근 사무처장이 12일 한국의 대북 제재 위반을 제기하는 일본을 향해 국제기구에 공정한 조사를 의뢰하자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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