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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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문화라] 행복하다고 느낄 때

입력 2019-07-17 04:05:02


학기 초에 아이들 학교 총회에 갔을 때의 일이다. 교실 책상 위에 질문지 한 장이 놓여 있었다. 담임선생님은 엄마들이 오기 전 아이들에게 미리 질문지를 나누어 주고 답변을 적게 하셨다. 엄마들은 아이가 뭐라고 썼는지 보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답변을 적고 아이의 것과 비교해 보게 하셨다. 질문 중에 “나는 언제 행복하다고 느끼나요?”라는 문항이 있었다. 나는 자신 있게 “맛있는 식사를 할 때”라고 적었다. 막상 종이를 돌려 아이는 뭐라고 적었는지 보았더니 답은 빈칸으로 남겨져 있었다. 집으로 돌아와 왜 답을 적지 않았냐고 물어보았더니 뭐라고 적을지 몰라서라고 한다. 그날 밤 아이와 언제 행복하다고 느끼는지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아이는 잠시 생각해 보더니 새로운 곳을 여행 갔을 때, 그리고 예전 살던 동네의 친구들과 집 만들기를 하며 놀았을 때가 행복했다고 대답했다. 앞으로도 가끔씩 언제 행복을 느끼는가에 대한 대화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스스로에게도 같은 질문을 해보았다. 언제 행복을 느끼는지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가까운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시간을 보낼 때 행복한 사람도 있고 조용히 혼자 있을 때 행복한 사람도 있다. 또 나이가 들어가면서 행복에 대한 생각도 조금씩 변화해 간다. 젊은 날은 이루고 싶은 인생의 목표와 연관된 일을 해냈을 때 뿌듯함과 행복감을 느꼈는데 나이가 들면서부터는 일상 속에서 느끼는 행복감이 더 중요해지기도 하였다. 더 나은 환경을 갖추었을 때 행복감을 느끼기도 하였다. 기숙사에서 살다가 처음으로 집을 얻었을 때 청소를 마치고 방에서 창문을 바라보며 ‘창문이 참 멀리 있구나’ 하는 생각에 행복했던 기억이 있다. 아주 작은 집이었는데도 말이다. 아이들의 예상하지 못한 말과 행동도 즐거움을 준다. 이처럼 작은 행복들이 이어지는 삶은 일상을 충만하게 해준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행복은 어쩌다 한 번 일어나는 커다란 행운이 아니라 매일 발생하는 작은 친절이나 기쁨 속에 있다”라고 말했다. 행복으로 가는 길은 하나가 아니며 정해진 길이 있는 것도 아니다. 앞으로 일상에서 느끼는 행복들을 자주 느끼며 살아가야겠다.

문화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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