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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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실에서-신종수] 이 참에 강소기업 육성을

입력 2019-07-20 04:05:01


일본의 경제보복은 분명 우리 경제에 위기다. 하지만 얼마든지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 1997년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도 그랬다. 외환위기 이후 과도한 차입 경영, 불투명한 지배구조가 개선되고 금융기관 건전성이 높아졌다. 계열사 간 상호지급보증 해소, 재무구조 개선, 기업경영 투명성 제고 등을 비롯해 산업자본과 금융자본 분리, 순환출자와 부당 내부거래 억제, 변칙 상속 차단 등이 추진됐다. 이 결과 은행권 전체 수익이 흑자로 돌아섰고 부실채권 비율도 낮아졌다. 노동 부문에서도 노동시장 유연성 강화를 위해 정리해고 제도를 도입하고 파견근로자 보호법을 제정했다. 위기 상황이 아니었다면 우리 경제의 고질적인 문제들이 좀처럼 개선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일본이 우리 산업구조의 가장 취약한 부분을 골라 싸움을 걸어왔다. 핵심 소재·부품은 우리가 장기간 일본에 의존해 온 분야다. 그동안 국내 중소기업 육성을 통해 핵심 소재·부품을 국산화해야 한다는 외침이 많았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미뤄왔다. 어쩌면 이에 대한 대가를 지금 치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번 위기를 기초산업과 중소기업 육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일본을 비롯해 선진국들은 하나같이 핵심 소재·부품 강국들이다. 우리라고 못할 이유가 없다. 정부와 기업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 정부는 규제를 풀고, 예산·세제·금융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대기업들은 중소기업들을 상대로 기술탈취, 납품대금 부당결정,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 각종 불공정 행위를 더 이상 계속해선 안 된다. 대·중소기업 간 수직적 분업구조를 수평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부품·소재 산업 발전은 대·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으로 가능하다. 그동안 우리는 중소기업을 육성하기보다는 국가간 분업 운운하며 수입에 의존하는 아주 쉬운 방법을 택했다.

중소기업은 고용의 90% 정도를 책임지고 있다. 일자리 문제 해결도 중소기업 육성을 통해 가능하다는 얘기다. 독일의 경영학자 헤르만 지몬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수출 능력이 뛰어난 중소기업이 많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이런 중소기업을 강소기업(히든챔피언)이라고 칭했다. 현재 독일에는 강소기업이 1000개가량 있다고 한다. 이들 강소기업의 수출 비중은 독일 전체의 4분의 1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우리는 강소기업이 25개, 수출비중도 0.35%에 불과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우리 기업들은 일본의 소재·부품·장비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수입처를 다변화하거나 국산화의 길을 걸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기왕 추진해오던 경제 체질 개선 노력에도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약속했다.

물론 이는 단기간에 가능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몇 십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가야만 하는 길이다. 설령 일본이 경제보복을 철회한다 해도 흐지부지 해선 안 된다.

신종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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