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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 마음 잡아라”… 막오른 WTO 한·일전

입력 2019-07-17 04:05:02
일본 경제보복대책 당청 연석회의 참석자들이 16일 국회에서 만나고 있다. 왼쪽부터 청와대 강기정 정무수석, 김상조 정책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이인영 원내대표. 최종학 선임기자


세계무역기구(WTO)를 중심축에 둔 ‘한·일 여론전쟁’이 막을 올렸다. 정부는 수출규제 조치를 취한 일본을 WTO에 제소하는 ‘본게임’에 앞서 국제 여론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장기전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 따라 한국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나선 것이다.

정부는 ‘중·일 희토류 분쟁’에서 일본이 썼던 전략을 들여다보고 있다. 일본과의 무역갈등이 본궤도에 오르기 전에 세계 각국을 상대로 부당함을 널리 알리겠다는 구상이다. 오는 23~24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WTO 일반이사회가 여론전쟁의 첫 무대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16일 “일본에 대한 WTO 제소와는 별개로 이번 WTO 일반이사회에서 수출규제 조치의 부당함을 회원국에 널리 알릴 것”이라며 “회원국 간 ‘컨센서스(동의)’에 따라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WTO 특성상 초기에 우리에게 유리한 여론을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WTO 일반이사회는 164개 회원국 대표가 모여 중요 현안들을 논의·처리하는 기구다. 2년마다 열리는 각료회의를 제외하고 최고 의사결정 기능을 갖는다.

WTO 일반이사회는 조직운영 방안, 새로운 통상 다자규범을 주로 논의한다. 일반이사회에 특정 국가의 통상문제가 정식 의제로 오르는 건 이례적이다. 한국이 관련된 통상문제가 일반이사회 의제로 상정되기도 처음이다.

일본의 수출규제 안건은 이번 일반이사회에서 다루는 14개 의제 가운데 11번째 의제로 채택됐다. 백지아 주(駐)제네바 대사가 일본 조치의 부당함을 발표한다. 일본 측은 ‘국가안보상 위협이 된다고 판단될 때 수출 통제를 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을 내세우며 반박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 관계자는 “일반이사회에서 어떤 의제를 채택하면 그 의제를 신청한 국가의 대표가 먼저 발언 기회를 얻게 된다”며 “일반이사회에서 당장 결정을 내리지는 않겠지만, 한·일 갈등을 잘 모르는 회원국에 한국 입장을 먼저 설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을 WTO에 제소하기까지는 최소 6개월 안팎이 걸린다. 필수 증거를 확보하려면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등에 따른 기업의 구체적 피해 사례를 수집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WTO 회원국을 상대로 여론전을 펼치겠다는 게 정부의 밑그림이다. 또한 정부는 WTO 제소와 관련해 과거 중·일의 희토류 분쟁 사례를 들여다보고 있다. 일본은 2010년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 때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자, 불공정 무역보복이라며 WTO에 제소했다. 중국은 자국 환경과 자원을 보호하기 위한 정당한 수출 통제라고 항변했다. WTO는 2014년 일본의 손을 들어줬다. 중국은 이듬해 희토류에 부과하던 수출세를 폐지하는 등 수출 규제를 풀어야 했다. WTO 제소를 당한 이후 중국의 희토류 세계시장 점유율은 10% 가까이 낮아졌다.

하지만 희토류 분쟁이 한·일 무역갈등과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일본의 대(對)중국 전선에는 미국 유럽연합(EU)까지 가세했었다. 이번 한·일 분쟁에선 미국은 철저하게 관망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국제공조나 국제여론을 한국에 유리하게 만드는 작업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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