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전체메뉴보기 검색

HOME  >  시사  >  종합

정두언 전 의원, 북한산자락길서 극단적 선택… 유서 남겨

입력 2019-07-17 04:05:02
정두언 전 의원이 지난 4월 서울 마포구에 있는 자신의 일식집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하던 모습. 최종학 선임기자


정두언 전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 의원이 16일 62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경찰에 따르면 정 전 의원은 이날 오후 4시25분쯤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북한산자락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정 전 의원은 오후 2시30분쯤 기사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북한산자락길 입구에서 내려 산으로 올라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정 전 의원의 아내가 마포구 자택에 남겨진 유서를 발견하고 오후 3시42분쯤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과 소방 당국은 합동 수색을 벌여 시신을 발견했다. 시신은 신촌세브란스병원으로 옮겨졌다.

경찰은 유서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유서를 남긴 점 등으로 미뤄 정 전 의원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는 경찰은 정확한 사망 경위를 파악 중이다.

정 전 의원이 최근까지 방송 출연과 일식집 운영 등을 활발하게 해 온 터라 정치권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시신이 발견된 장소를 찾은 김용태 한국당 의원은 “지난주에도 통화하면서 8월에 저녁 먹자고 했다. 몇 주 전에도 동료 의원들과 식사하면서 사는 얘기, 정치 얘기를 했다”며 “우울증을 앓고 있던 것은 알았지만 낌새가 없었다. 워낙 내색을 안 했다”고 말했다. 전날까지 라디오방송을 함께했던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정 전 의원 자택을 찾았다. 정 전 의원과 가까운 지인은 “어젯밤까지 정 전 의원이 운영하는 일식집에서 봤는데 멀쩡했다. 평소와 다르거나 이상한 점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아침에도 방송에 출연했다.

정 전 의원은 ‘원조 친이명박계’로 불린다. 그의 정치인생에서 이 전 대통령을 빼놓기는 어렵다. 2000년 16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이명박 서울시장 선거 캠프에 합류했고, 시장 당선을 이끌어냈다. 이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내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서대문을 지역구에 출마해 당선됐다. 이후 같은 지역에서 내리 3선을 했다.

정 전 의원은 2007년 이명박 후보 대선 캠프 선거대책위 기획본부장, 전략기획 총괄팀장으로 활동하며 이 전 대통령의 당선에 기여했다. 이후 대통령 당선자 보좌역을 맡아 핵심 실세로 불렸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에게 총선 불출마를 촉구했다가 미움을 사 권력의 중심에서 멀어졌다. 이명박정부 후반 ‘저축은행 사건’으로 10개월 실형을 살던 그는 최종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박근혜정부 때인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는 “청와대가 작성한 공천 살생부가 있다”고 폭로하는 등 파란만장한 정치 인생을 보냈다.

정 전 의원은 20대 총선 낙선 후 우울증을 앓아 극단적 시도를 한 적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심리상담사, 분노조절장애상담사 자격증도 딴 그는 지난해 재혼을 하고 마포구에 일식집을 열어 인생 제2막을 여는 것으로 기대됐었다. 그는 지난 4월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지금 내가 정치를 할 룸(공간)이 별로 없다. 뭘 더 할 수 있겠느냐”며 “내가 내년 총선에 나가도 당선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이라며 정계에 복귀할 생각이 없음을 밝혔다.

정 전 의원은 정치평론가로서의 삶을 ‘허망하다’고 자조했다. 지난해 언론 인터뷰에서 “그간 큰일을 한다면서 입으로, 펜으로 살아왔는데 ‘구름 속 허공’에 살다보니 실물을 접하면서 살아온 적이 없었다. 연필·입으로 살다 죽으면 허망할 것 같은 기분도 있었다”고 말했다.

심희정 박구인 기자 simcity@kmib.co.kr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