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사진) 롯데그룹 회장이 위기상황에서 살아남으려면 ‘좋은 일 하는 기업’이라는 공감을 얻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21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 회장은 하반기 사장단회의인 롯데 VCM(Value Creation Meeting)에서 “고객, 임직원, 협력업체, 사회공동체로부터 우리가 ‘좋은 일 하는 기업’이라는 공감을 얻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롯데 VCM 마지막날인 지난 20일 사회 환경이 빠르게 변하면서 이에 따른 위기 상황도 다양해질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신 회장은 “매출 극대화 등 정량적 목표를 설정하는 게 오히려 그룹 안정성에 위협이 되고 있다”며 “우리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더 큰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이 돼 사회와 공감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현 시점을 ‘위기’로 보는 인식은 유통의 핵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옮겨가면서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지속된다는 점뿐 아니라 일본 불매운동이 고조되는 상황도 중요하게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신 회장은 불매운동이나 일본의 보복성 수출규제 등과 관련해 대응책을 논의하는 등의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는 현재 일본의 수출규제로 직접적 영향을 받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유니클로, 무인양품, 롯데아사히주류 등 일본과 합자한 계열사들이 공격을 받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 5~11일 일본에 머물며 금융권 고위 관계자, 일본 관계와 재계 인사들을 두루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VCM에서는 공식적인 언급을 피했으나 비공식적으로는 수출규제나 불매운동과 관련한 논의를 했을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투자 진행 시 수익성을 철저히 검토하는 것은 물론이고 환경적, 사회적, 공공성 측면의 요소도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고 했다.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기동력 있는 의사결정을 가능케 하고, 조직문화를 개선해 우수한 젊은 인재를 확보하고 육성해야 한다고도 주문했다.

한편 임원의 한국 불매운동 폄훼 발언에 이어 반쪽 사과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유니클로 한국 운영사인 에프알엘(FRL)코리아 배우진 대표는 회의 직후 취재진과 만나 추가 사과 가능성을 시사했다. 배 대표는 “사과문은 일본 본사와 공동으로 발표한 것”이라면서도 “부족한 부분을 느끼고 있다. 추가로 검토해 고객에게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FRL코리아는 롯데쇼핑과 일본 유니클로 모기업인 패스트리테일링이 49대 51로 투자한 회사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