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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이스라엘보다 예수 더 말하기를

입력 2019-07-31 00:05:01


지난 14일부터 18일까지 레우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이 공식 방한했다. 2010년 시몬 페레스 대통령 방한 이후 9년 만이다. 리블린 대통령은 80세의 고령에도 많은 일정을 소화했다. 그의 방한 일정 중 백미는 17일 저녁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 방문이었다. 그는 ‘이스라엘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특별기도회’에서 메시지를 전했다.

그의 첫마디는 이랬다. “여러분에게 형제애와 사랑의 축복을 전하기 위해 거룩한 땅 예루살렘에서 왔습니다. 성경의 땅이자 유대인의 고향인 이스라엘의 대통령으로서 가족이 예루살렘에 7세대에 걸쳐 살아온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예루살렘의 평화를 위해 함께 기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말을 전하면서 그는 유대인 남성이 머리에 쓰는 키파를 썼다. 강단에 선 그는 마치 랍비가 성경을 강론하는 것처럼 보였다. 예루살렘의 평화를 말할 때는 시편 122편 6절 말씀을 떠올리게 했다. “예루살렘을 위하여 평안을 구하라 예루살렘을 사랑하는 자는 형통하리로다.” 리블린 대통령에게 감격스러운 순간이었을 것이다. 그 자리에 참석한 성도들도 여러 차례 박수를 치며 기쁘게 환영했다.

한국과 이스라엘은 비슷한 게 많다. 1948년 이스라엘이 독립한 해에 대한민국은 정부가 수립됐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영부인 프란체스카 여사는 성이 도너(Donner)로, 오스트리아 사람이지만 동유럽 유대인 가문으로 알려져 있다. 1950년대 자유당 시절부터 20여년간 해외차관 도입 중개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독일·스위스계 유대인 거상(巨商) 사울 아이젠버그는 한국과 처음으로 인연을 맺은 유대인으로 전해진다. 이스라엘은 6·25전쟁 때 17만 달러 상당의 의약품을 원조했고 200여명의 미국 유대인 장병이 참전했다.

한국과 이스라엘이 외교 관계를 수립한 것은 1962년이다. 64년부터 주한 이스라엘대사관이 개설됐고 69년 4월 주이스라엘 대사(로마 상주)의 신임장이 제정됐다. 78년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이 폐쇄됐다가 92년 재개설됐다. 이스라엘 집단농장 키부츠는 1970년대 새마을운동의 모델로도 전해진다.

이스라엘은 성경의 무대라는 점 때문에 기독교인들에게도 친근하다. 특히 한국교회 초기 선교사들의 신학 사조는 이스라엘을 친밀하게 보게 했다. 천년기(계 20:1~6)에 대한 4가지 견해 가운데 역사적 전천년설이나 세대주의를 신봉했기 때문이다(지금은 전천년설과 무천년설이 우세하다). 대부흥 여파로 평양은 ‘동방의 예루살렘’이란 별칭을 얻었고, 한국이 단지파의 후예라는 얘기까지 공공연하게 전해진다. 매년 성지를 찾는 한국인 순례객은 3만~5만명에 달한다. 개인적으로 한국과 이스라엘이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상생하기를 희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는 이스라엘을 맹목적으로 지지하기보다는 성경 전체의 관점을 견지하면서 이스라엘과 그 주변국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48년 이스라엘 독립은 유대민족에겐 ‘기쁨의 날’이었지만 팔레스타인 사람에겐 ‘재앙의 날’이었다. 팔레스타인 기독교인이 쓴 ‘피를 나눈 형제’라는 책은 자신이 살던 땅에서 난민이 돼버린 아픔을 보여준다.

아직도 많은 기독교인이 팔레스타인이나 중동엔 기독교인들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는 오해다. 이슬람 무장 정파인 하마스가 장악한 가자지구만 보더라도 기독교인 1300여명이 신앙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교회는 5년 전 전쟁으로 고통당하는 가자지구 사람들을 위해 유일한 교회인 가자침례교회에 성금을 전달했다(2014년 12월 12일자 33면).

하나님은 이삭뿐 아니라 이스마엘도 축복했다.(창 17:20) 요한계시록은 미래의 어느 날 모든 민족과 종족과 백성, 언어에서 셀 수 없는 무리가 어린 양 앞에 설 것이라고 기록한다.(7:9) 유대인 팔레스타인인 무슬림 한국인 일본인 북한사람 등 전 세계 모든 사람 중에 예수 믿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방증이다. 사도 바울은 모든 사람이 믿음 안에서 아브라함의 자손이 됐다고 선언한다.(롬 4:16, 갈 3:7) 성경의 주제는 예수 그리스도이지 이스라엘이 아니다. 구약성경은 예수가 오신다는 약속이며 신약성경은 예수가 왔고 다시 올 것이란 약속을 담았다. 유대인을 비롯한 세상 모든 사람이 이 복된 약속을 누리길 소망한다.

신상목 종교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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