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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넘도록 제자리… 성장 없는 젝스키스의 초라한 컴백

입력 2020-02-03 04:05:01
최근 미니음반 ‘올 포 유’를 발표하며 활동을 재개한 그룹 젝스키스. 왼쪽부터 이재진 은지원 김재덕 장수원. YG엔터테인먼트 제공




젝스키스가 최근 신보 ‘올 포 유’를 발표했다. 전작 ‘어나더 라이트’가 2017년 가을에 나왔으니 휴식 기간이 제법 길었다. 데뷔 20주년을 1년 앞둔 2016년 싱글 ‘세 단어’를 선보이며 재결합을 정식으로 알린 젝스키스는 이후 정규 앨범 규모의 음반 3장을 내놓으면서 정력적인 활동을 벌였다. 그때와 달리 ‘올 포 유’는 5곡을 담은 미니 앨범으로 구성됐다. 단출한 컴백이다.

멤버 수도 줄었다. 메인 보컬 강성훈은 팬클럽 수익금을 횡령한 혐의로 피소되는 등 불미스러운 일들을 거듭 일으키다가 2018년 팀에서 방출됐다. 시작은 6명이었으나 재결합을 준비할 무렵 고지용이 합류를 고사해 5명으로 활동해왔는데, 이제 4인조로 명맥을 이어가게 된 것이다.

그룹의 이미지에는 해가 됐지만 강성훈은 그래도 음악적으로는 득이 되는 존재였다. 때문에 그의 부재는 선명하게 느껴진다. 물론 강성훈을 절창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성량이 아주 풍부한 것은 아니며, 높은 음역을 능란하게 소화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강성훈의 가창은 비교적 매끄럽고 시원했다. 현재 젝스키스에는 그런 느낌을 대신할 보컬리스트가 없다. 은지원이 탄력과 박력을, 장수원이 부드러움을 담당해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루고 있긴 해도 청량감은 부족한 상태다. 이러한 이유로 발라드에서는 특히 헛헛함이 감돈다.

이번 앨범 수록곡 ‘꿈’ ‘의미 없어’ ‘제자리’ 등에는 음정 보정 프로그램 오토튠을 이용한 옅은 윤색이 가해졌다. 2000년대 중반에 오토튠 기법이 대중음악계에 대대적으로 번졌을 때나, 근래 다시 힙합과 R&B 음악에 사용되는 것처럼 음성을 과하게 왜곡하지는 않았다. 딱 윤기만 낸 수준이다. 실제 목소리에 깃든 텁텁한 기운을 줄이고 부실한 보컬을 감출 목적으로 쓰긴 했어도 분포 면적이 넓어서 금방 물린다.

장점이 전무한 것은 아니다. ‘어나더 라이트’에 비해 흡인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올 포 유’ 앨범 역시 곡들의 선율은 대체로 편안하다. 여기에 컨템퍼러리 R&B의 인자를 주입한 팝(‘올 포 유’), 라틴 팝(‘의미 없어’), 일렉트로팝(‘제자리’), 마이애미 베이스(‘하늘을 걸어’) 등 장르도 다양하게 구비했다. 다수가 가볍게 들을 수 있겠다.

이 원만함은 상업적으로는 썩 좋은 무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뮤지션으로서의 경력을 놓고 보면 그다지 내세울 만한 장기가 되지 못한다. 젝스키스의 음악에는 그들만의 특색이라고 할 것이 전무했다. 괄목할 새로운 시도도 거의 없었다. 늘 잘나가는 작곡가들한테 인기를 끌기에 좋은 곡을 받아 앨범을 꾸몄다. 이번 음반 또한 퓨처 바운스, 빅톤 등 유명 프로듀서에게 의존한 채 대중성과 말끔함만을 좇고 있다.

당연한 결과다. 데뷔한 지 20년이 훌쩍 넘었음에도 멤버들은 여전히 소속사의 지시를 따라 움직이는 아이돌일 뿐이다. 창작 역량이 미약하니 불혹을 전후한 나이에도 주체성 없이 활동한다. 심지어 몇몇은 기량의 성장도 감지되지 않는다. 참담하다. 그저 세월만 쌓였다. 조촐하다 못해 초라한 컴백이다.

한동윤<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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