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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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신종 코로나 인사법

입력 2020-02-07 04:10:01


문화와 풍습이 다양한 만큼 지구상엔 수많은 인사법이 존재한다. 무수히 많은 인사법 중에서 세계 어느 곳에서도 통용되는 가장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인사법이 악수다. 악수의 기원은 분명치 않다. 고대 바빌론에서 기원했다는 설도 있으나 이론이 많고, 수백 년 전 영국에서 악수한 사실은 여러 사료를 통해 확인됐다. 현재는 남녀 간에도 악수를 하지만 악수는 원래 남자의 인사법이었다. 칼을 들고 싸우던 시대, 손에 무기가 없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상대에게 빈손을 내민 게 현대적 의미의 악수로 보고 있다. 당시 여성들은 칼을 들 일이 거의 없어 악수할 필요가 없었다고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이 전 세계적으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악수도 마음대로 못하게 됐다. 한 손에 평균 수억 마리의 세균이 자라고 있어서다. 특히 서열문화가 확실한 우리나라는 두 손으로 악수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해 한 손 악수가 관례인 서구에 비해 세균 전염에 취약하다 할 수 있다. 2015년 우리나라에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창궐했을 때 보건 당국은 대대적인 악수 자제 캠페인을 벌였었다.

지금 상황이 당시와 비슷하다. 악수 대신 목례나 다른 방법으로 인사하는 새로운 풍속도가 생겼다. 정치권에선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즐겨 하던 주먹치기(fist bump)가 유행이고, 얼마 전 신종 코로나 대책회의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옆사람과 팔꿈치치기(elbow bump)로 인사를 나눴다. 팔꿈치치기는 2014년 에볼라 바이러스가 창궐했을 때 서아프리카를 방문한 반기문 당시 유엔 사무총장이 “악수하지 말라”는 세계보건기구(WHO) 지침에 따라 한 인사법이다.

몇 해 전 영국 웨일스 에버리스트위스 대학 연구진이 인사법에 따라 세균을 옮기는 정도를 조사한 적이 있다. 그 결과 ‘악수>하이파이브>주먹치기’ 순으로 세균 전파 정도가 강했다. 악수는 하이파이브의 2배, 주먹치기의 20배 많은 세균을 옮겼다. 팔꿈치치기는 이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직접 신체를 접촉하는 주먹치기에 비해 간접 접촉하는 팔꿈치치기가 훨씬 위생적일 듯하다.

스킨십으로 유권자의 환심을 사야 하는 예비 선량들은 비상이 걸렸다. 손하트, 손가락하트 등 저마다 현실에 맞는 인사법을 찾느라 골몰하고 있다. 선거 때면 어김없이 억지 악수 공세에 시달려야 하는 유권자들은 하기 싫은 악수를 안해도 돼서 더 좋을 듯도 하겠다.

이흥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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