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큰 차’ 선호도가 높아지는 요즘 ‘작은 차’는 그다지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전기차로 눈을 돌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비싼 배터리 값과 충전 등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시점에서 전기차 시장의 분위기를 이끄는 건 소형차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제외하면 준중형·소형 세단의 위상은 과거보다 많이 떨어졌다. 아예 단종이 된 경우도 있다.
이에 업체들도 차의 몸집을 키우는 데 열을 올리고 있지만 전기차는 예외다. 전기차의 배터리는 차 값의 거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고가에 속한다. 차체가 커지면 더 많은 배터리가 필요하고, 차의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 부담도 가중된다.
완성차 업체들은 12일 “배터리를 추가하면 긴 주행거리를 뽑아낼 것 같지만, 현재 기술 수준에서는 차의 무게가 늘어 그 또한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말한다. 소형 전기차가 각광받는 이유가 다 있는 셈이다.
지금껏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전기차는 현대자동차의 소형 SUV 모델인 코나 일렉트릭이다. 코나 일렉트릭은 지난해까지 누적판매대수 2만4780대를 기록, 국내 전기차 시장을 견인 중이다.
‘작은 전기차’여서 갖는 이점은 많다. 코나 일렉트릭은 차체가 작은 대신 1회 충전 시 WLTP(국제표준시험방식) 기준 최대 449㎞(국내 기준 406㎞)에 이르는 긴 주행거리를 확보했다. 차급에 알맞게 배터리를 탑재해 4000만원대의 합리적인 가격까지 갖췄다.
현대차 관계자는 “전기차의 경우 코나 일렉트릭뿐 아니라 대다수 업체들이 당분간 소형차 위주의 개발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곧 국내에 출시할 수입차 업체들의 전기차도 소형 모델이 주를 이루고 있다. 푸조는 올해 3분기 2020 유럽 올해의 차로 선정된 소형 해치백 뉴 푸조 e-208을 국내에 선보인다. 푸조의 최신 디자인 콘셉트를 적용한 이 차는 B세그먼트 최고 수준의 첨단 기술을 적용한 순수 전기차 모델이다. 50㎾h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완충 시 최대 340㎞(이하 WLTP 기준)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올해 르노의 소형 전기차 조에를 국내에 출시한다. 지난해 6월 최초로 공개된 3세대 조에는 콤팩트한 해치백 스타일 차체에 앞뒤에 LED 라이트를 탑재했다. 52㎾h 배터리를 장착했으며, 395㎞의 주행거리를 인증받았다.
소형차 브랜드 미니의 순수 전기차 모델인 뉴 MINI 쿠퍼 SE의 출시 소식도 있다. 이 차는 최대 주행 가능거리가 230㎞로 짧은 편이다. 하지만 184마력의 힘을 발휘하고, 제로백 6.9초라는 빼어난 가속 성능을 갖춘 게 특징이다.
초소형 전기차 출시도 이어진다. 시트로엥은 최근 도심용 초소형 전기차 ‘에이미’를 공개했다. 에이미는 전장 2410㎜, 전폭 1390㎜, 전고 1520㎜의 2인승 모델이다. 1회 충전 시 70㎞까지 주행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