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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건강] 항암치료 예정대로… 암수술 앞두고 열 나면 코로나 검사부터

입력 2020-05-05 04:05:02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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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있는 암환자 수술후엔 회복도 수술실서
코로나 확산 땐 비대면으로 항암치료
방사선 조사량 늘리고 횟수는 줄여야
골수이식 땐 공여자도 코로나 검사 필수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대장암 환자 A씨는 얼마 전 항암치료를 받으러 서울의 모 대학병원에 갔다가 마지못해 발걸음을 돌렸다. 대학병원은 A씨가 요양병원 입원 사실을 밝히자 선별진료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아야 하고 검사결과 음성으로 나오더라도 1인실에 입원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8만원 정도 하는 검사비용(상기도 검체만 채취 시)은 전액 본인 부담이라고 했다. 현재 코로나19 검사비는 확진자에게만 무료로 지원된다.

A씨는 “암환자는 대략 3주마다 항암이나 방사선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그때마다 의심 증상이 없는데도 8만원씩 내고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하느냐”고 하소연했다. 병원 측은 면역력이 떨어진 암환자인데다 특히 요양병원은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한 곳이어서 특별히 더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A씨는 코로나19검사 비용과 하루 50만원에 달하는 1인실에 5일이나 입원할 처지가 되지 않아 항암치료를 포기했다.

코로나19의 지속 유행 상황에서 A씨 같은 중증 암환자들이 예전처럼 마음 편히 치료받지 못하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요양병원 암환자들의 경우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의 외래진료나 항암·방사선 치료를 받으러 가면 의심 증상이나 해외 여행력 등이 없음에도 매번 코로나19 검사, 1인실 입원 등을 요구받고 있다.

일부 병원은 암환자 진료 자체를 기피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암환자들이 꼭 필요한 치료를 못 받거나 포기하는 사례가 적잖게 발생하고 있다. 대형병원 입장에선 병원 내 감염을 우려한 조치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암환자권익협의회 김성주 대표는 “말기 암환자들은 항암, 방사선 치료 등에서 촌각을 다툰다”면서 “코로나19 검사로 인한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고 병원 측이 항암치료 일정을 일방적으로 연기하는 경우도 있어 암환자들의 심리적 불안감이 크다. 정부의 실태파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의료현장에서 혼선이 빚어지는 데는 감염병 유행 시 암 등 중중환자에 대한 진료 가이드라인이 마련돼 있지 않은 점도 한몫했다. 방역당국도 암환자 치료 지원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한 달 넘게 감감 무소식이다. 일부 대형병원은 암환자의 예비적 코로나19검사 비용을 자체 지원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한암학회와 국립암센터가 국내 코로나19 상황에 기반한 암환자 진료 권고사항을 내놨다. 암학회 정현철(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교수) 이사장은 4일 “코로나19 감염에 따른 중증 환자 중에서도 사망률이 높고 일반인에 비해 면역력이 떨어지는 암환자를 치료하는 종양 전문 의사와 환자 및 가족들이 참고할 수 있는 상황별 지침들을 담았다”고 밝혔다.

암학회 등은 암환자 진료의 일반 지침에서 “암환자는 정상인에 비해 면역기능이 저하돼 있는 경우가 많아 개인 위생에 더 신경써야 하며 열이나 다른 감염 증상이 있는 암환자에게는 적극적이며 종합적인 평가와 처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 “지금까지 암환자를 대상으로 한 어떠한 코로나19 예방 목적의 항바이러스제 또는 예방백신도 효과가 검증된 것은 없다”며 “코로나19 치료법은 암환자든 아니든 모두 동일하다”고 덧붙였다.

과거 암치료 후 완치되거나 경과를 관찰중인 환자(암생존자)는 현 시점에서 예정된 검사나 병원 방문을 연기할 필요는 없다. 다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지역사회 내 의료자원이 부족한 경우 주치의와 상담후 검사 및 외래 방문을 미룰 수 있다.

암 수술 시

코로나19 확진을 받은 암환자는 완치될 때까지 암치료를 연기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암수술의 경우 지연시 병이 진행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연기하지 않되, 환자 면담 후 담당의사의 판단에 따라 달리 적용할 수 있다.

예정된 수술의 경우 환자에 대한 코로나19 선별검사는 의료기관 자체 정책에 따르고 응급수술은 즉시 시행한다. 발열이 있다면 코로나19 검사 후 진행한다. 발열이 있는 암환자는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로 수술을 시행할 경우 의료진은 개인보호장구를 반드시 착용하고 최소한의 인원으로 수술한다. 환자의 회복은 수술실에서 이뤄지도록 한다. 환자 회복 후에도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분리된 동선을 통해 격리병상으로 이동하고, 결과 확인 후 일반병실로 옮길지 여부를 결정한다.

항암치료 시

코로나19의 유행 정도에 따라 항암치료 권고사항이 조금씩 다르다. 지역사회 산발적 환자 발생으로 암환자의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낮은 경우(소유행단계) 통상적인 항암치료를 지속할 수 있다. 지역사회 대규모 전파 및 대량 확진자 발생으로 암환자 감염 위험이 높고 의료자원이 부족할 경우(대유행 단계)에는 입원 환자들 사이 전파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입원보다는 가급적 외래 진료를 통한 검사, 투약이 이뤄지도록 한다.

외래 진료는 전화나 원격(화상)진료 등 비대면 방식을 활용해 암환자들의 병원 방문을 최소화한다. 약제도 되도록 먹는 항암제로 바꿔 외래치료를 고려한다. 병원 방문이 필요한 항암주사의 경우 투여 주기를 최대한 연장하는 방식을 선택한다.

암학회는 “암수술 후 재발 방지를 위한 보조 항암제 치료를 앞둔 암환자들은 현 시점에서 예정된 항암치료를 연기할 필요는 없다. 다만 가능하면 병원 방문 횟수를 줄일 수 있는 항암요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만약 감염 확산으로 의료자원이 부족할 경우 주치의와 상의해 보조 항암치료를 연기하거나 의료자원의 여유가 있는 다른 지역에서 항암치료를 계속할 수 있다. 보조 항암치료의 생략이나 지연으로 재발 가능성이 높아질 경우를 대비해 의료진과 상의가 필요하다.

진행·전이된 고형암(덩어리 장기에 생긴 암)으로 ‘고식적 항암치료(암 완치가 아니라 생명 연장이나 증상 완화 목적)’를 받고 있거나 계획중인 암환자 역시 현 시점에서 치료를 연기할 필요는 없다. 단, 지역사회내 의료자원 부족 시 담당의사 판단 아래 암의 진행이 느리고 그로 인한 증상이 가볍거나 없는 경우에 한해 항암치료를 미룰 수 있다.

하지만 암 증상이 있거나 진행이 빠른 경우엔 항암치료를 늦춰선 안된다. 아울러 항암 부작용 대책을 환자와 함께 세워야 한다. 항암제 부작용 중 ‘호중구감소성 발열’의 경우 바이러스 감염 위험을 높이고 다른 감염증과 감별이 어려울 수 있어 특히 주의해야 한다.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 먼저 코로나19 선별검사로 음성 여부를 확인하고 항암치료를 시작한다. 무증상자도 입원이 필요하면 선별검사 후 입원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방사선 치료 시

현 시점에서 신규 및 초진 암환자는 방사선 치료의 시작을 늦출 필요는 없다. 감염확산으로 지역사회 의료자원이 부족해질 경우 방사선종양학과 전문의와 상담 후 치료 긴급성에 따라 연기를 검토할 수는 있다. 감염 확산시 가능한 전체 방사선 치료를 분할해 받는 게 좋다. 1회 조사(照射)량을 늘리고 치료 횟수는 줄이는 방식이다.

방사선 치료 기간 중 코로나19에 걸렸을 경우 무증상 확진자라 할지라도 신체 기능 및 생명 위협 상황이 아니라면 치료를 중단해야 한다. 완치 판정 후에는 치료 중단 기간을 고려해 총 방사선 조사량을 늘릴 필요가 있다. 전체 방사선 치료 종료 후 부작용 및 합병증이 없다면 재진 일정은 가능한 3개월 이상 간격을 두고 잡도록 한다.

소아·청소년 암환자

어린이, 청소년 암환자의 코로나19 감염 위험은 일반인보다 더 클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성인처럼 현 시점에 예정된 항암치료를 연기할 필요는 없다. 암학회는 “하지만 항암치료나 수술을 받은 지 한 달 이내에 코로나19에 걸렸을 경우 중증으로 진행될 확률이 아주 높다고 알려져 있어 이를 염두에 두고 필요한 치료를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혈병 등 혈액암 소아·청소년에게 필요한 조혈모세포이식(골수이식) 시에는 여러 호흡기 바이러스에 대한 엄격한 감염 예방이 선행돼야 한다. 유럽조혈모세포이식학회는 조혈모세포 공여자와 환자 모두 이식 전 코로나19 선별검사를 받도록 권고한다. 이 때 코로나19 유행에 따른 혈액제제 수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

암학회는 “암환자는 면역저하로 인해 위중한 증상 뿐 아니라 오랜 기간 무증상 전파가 가능해 충분한 모니터링과 감염 재활성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특히 소아·청소년 암환자가 코로나19 확진을 받을 경우 가족 감염 혹은 병원 내 전파 우려가 높아 감염 관리 강화와 보호자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가이드라인에는 암검진에 대한 권고사항(그래픽 참조)도 담겼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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