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정당에서 30대 젊은 대표가 나온, 이른바 ‘2030세대의 반란’으로 요약되는 ‘이준석 현상’에 교계가 대응하려면 교회 내 의사결정 구조에 청년을 참여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문화선교연구원은 13일 ‘이준석 현상, 교회는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온라인 세미나를 열었다. 창동염광교회에서 청년부를 담당하는 최자혜 부목사는 우선 이준석 현상을 ‘기성세대를 향한 청년층의 실망’으로 봤다. 그는 “‘왜 이준석이 탄생했는가’를 들여다보면 민주화라는 대담론을 이야기했던 86세대를 향한 청년의 분노가 있다”며 “과거 개혁 세력을 자처했던 이들이 지금까지 기득권을 누려오면서도, 동시에 상위 1%를 비판하는 아이러니에 대한 환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준석 현상이 교회에서도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최 목사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신학생, 목회자는 목회 대물림을 반대하는 일에 5060세대 목회자의 기대만큼 움직이지 않는다”며 “청년층 입장에선 좀처럼 개혁하지 않는 교회들과 대물림 교회 간 차이를 크게 발견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청년이 교회에 거부감을 느끼게 된 건 청년을 배제한 교회 내 의사결정 구조의 탓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목회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청년 2명 중 1명 이상(53%)이 교회의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싶다고 답했다. 그러나 박세론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청년회전국연합회 상임총무는 “한국교회는 청년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가 거의 없다. 일례로 교단의 총대가 되려면 지교회 당회원이어야 하는데 청년은 애초 당회에 속하지 않으니 총대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재영 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는 개교회 성장제일주의를 문제로 꼽았다. 그는 “한국교계는 개교회의 성장이 무엇보다 중요한 기제로 작동하다 보니 당장 자원을 동원할 수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교회를 움직이는 걸 효율적으로 본다. 재정적으로 도움이 되는 중년층의 발언권을 최우선으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유유서 등 유교문화가 교회 내 여전히 존재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전문가들은 해외 사례를 참조해 청년을 교회 운영과정에 참여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독일개신교교회협의회(EKD) 총회의 경우 지난 5월 25세 여성 청년이 의장으로 당선된 바 있다. 미국장로교(PCUSA)에선 청년이 구성원 대부분인 자문위원단을 조직하고 세계교회협의회(WCC) 등 세계교회의 연합기관들도 총대 선출 시 반드시 여성, 평신도, 청년층에 할당제를 적용해 청년들이 의결권을 갖는다.
지용근 목회데이터연구소 대표는 2030세대의 참여를 늘리려면 40대 초반의 장로, 목회자의 역할이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 연령대가 일반적으로 나이 차 20세를 넘는 순간 세대 차이를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현재 한국교회 지도자들의 평균 나이는 60대 초중반인데 MZ세대와 나이 차가 너무 크다. 중간 지점인 40대 초중반 장로들을 교회에 배치하면 60대와 2030세대를 아우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