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시작인 키스가 갈등의 출발점이라는 말이다. 아내와 부부 세미나를 진행하면서 사랑과 갈등의 틈을 잇기 위해 큰 노력을 했다.
한 세미나가 끝난 뒤 한 여성이 내 아내에게 다가왔다. “원장님. 멋진 남편분과 사셔서 행복하시겠어요.” 그 말을 들은 아내가 의외의 표정을 지었다. “뭐라고요. 한 번 같이 살아 보실래요”라고 말해 모두가 크게 웃었다.
오래전 일이다. 세미나가 끝난 뒤 한 저명인사가 내게 다가오더니 말을 걸었다. “장로님. 언제 우리 집 와 보셨죠. 오늘 말씀 들어보니 우리 집 이야기더라고요”라고 말했다. 부부가 살아가는 모습은 다 비슷하다. ‘405호’나 ‘406호’가 다 똑같다는 말이다. 콩깍지가 벗겨지면 ‘환상 커플’이 ‘환장 커플’이 되는 법이다.
사랑하면서도 사랑에 실패한다. 사랑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결혼 생활에 시행착오가 많은 건 아무런 교육을 받지 못한 무면허 부부이기 때문이다. 부부 학교 마지막 시간에 이미 써 놓은 이혼 서류를 찢으며 흐느끼셨던 분들이 기억난다.
“아내가 원수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내가 죽일 놈이었습니다”라면서 부부가 부둥켜안고 울며 하나 되는 모습을 봤다. 자기만 옳다고 생각하며 아내를 비난했던 과거를 뉘우치며 깨닫게 된 것이다.
부부 강의를 하면서 이혼 직전의 수많은 부부를 만났다. 이들에게 공통점이 있다. 대부분 시시한 것들로 싸우기 시작한다는 사실이다. 그게 감정싸움으로 번져 결국은 파경을 맞는다.
퉁명스러운 말 한마디나 신문을 본 다음 아무렇게나 던져 놓거나 양말을 뒤집어 벗는 것 등으로 다툼이 시작된다. 이혼하는 부부 중 남북통일이나 인류 평화 같은 거대한 문제로 헤어지는 부부는 없다. 나도 그런 문제로 부부싸움을 한 기억이 없다. 그래서 부부 교육이 중요하다.
‘부부 무면허증’으로 살다 보니 가장 가까워야 할 사람들이 서로에게 큰 상처를 주고받게 된다. 나도 어른이 된 뒤 가장 많이 싸운 상대가 아내다. 사랑하면서 사랑에 실패했다. 사랑의 방법을 몰랐기 때문이다.
무면허 남편이자 무면허 아버지인 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가부장적 문화에서 자랐다. 내 몸에 처음부터 ‘가부장적 DNA’가 담겨 있었다. 그러니 아내의 마음을 이해할 리가 없었다. 나도 이런 내 모습을 부부 세미나에 참석해 배우면서 알게 됐다. 가정 사역을 하면서 제일 수지맞은 사람은 결국 나다.
내가 바뀌니 아내가 변했고 자녀들이 바뀌었다. 내가 바뀐 만큼 우리 가정이 행복해졌다. 한 사람을 만나 결혼한다는 것은 한 우주를 받아들이는 것과 같다. 장점만 아니라 결점까지 수용해야 한다. 배우자를 바꾸려는 생각을 버리자. 배우자가 60~70점이면 좋다. 나머지는 내가 채워야 한다. 이것을 터득하는 데 몇십년이 걸렸다. 배우자가 훌륭하길 바라지 말고 내가 훌륭한 배우자가 되는 게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