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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가스에서 구해주신 은혜로 동문들과 믿음의 동행 길 열려”

입력 2021-10-22 17:30:01
김영훈(왼쪽) 대성그룹 회장이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스튜디오에서 이순동 호서대 이사장을 초청해 인터뷰하고 있다. 최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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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데는 반도체, 휴대전화 등의 기술개발을 선도한 인재들뿐만 아니라 일류 브랜딩 전략을 이끈 이 사람의 공로를 빼놓을 수 없다. 중앙일보 기자 출신으로 1981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삼성 전략기획실 사장까지 역임한 이순동(74) 호서대 이사장의 이야기다. PR과 광고, 자원봉사와 대학교육까지 크리스천으로서 순종하는 삶을 살아온 그는 연탄가스 중독 사고로 고교 동창과 삶의 고비를 넘기며 예수 그리스도를 만났다. 이 인연으로 고교 동창들과 영혼의 동반자로 동문들을 섬기는 목양회 활동을 20년 넘게 이어오고 있다.

서울 청운교회(이필산 목사) 은퇴장로인 이 이사장을 국민일보 크리스천리더스포럼(CLF)을 이끄는 김영훈(69) 대성그룹 회장이 만나 인터뷰했다. 영상 녹화를 겸한 인터뷰는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스튜디오에서 진행됐다.

대담=김영훈 대성그룹 회장

△김영훈 회장=나이보다 젊으셔서 깜짝 놀랐다. 기자로서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서 또 자원봉사자로서 약력을 소개해 달라.

△이순동 이사장=1970년대는 기독교방송과 중앙일보에서 언론인으로 일했다. 1980년 군부의 언론 통폐합 때 삼성으로 옮겨 삼성전자 홍보팀장으로 80년대 가전경쟁 시대에 삼성전자의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다. 이후 삼성그룹 커뮤니케이션위원장, 사회봉사단장, 미소금융 이사장 등 30여년 업무를 계속했다. 한국광고주협회장, 한국광고총연합회장, 한국PR협회장 등을 지냈다. 퇴직 후에는 자원봉사자로 사는 삶을 목표로 서울지구 로타리 총재를 지냈고, ㈔한국자원봉사문화 대표로 일하고 있다. 지나고 보니 열심히 살아가다 보면 하나님이 예비하신 듯 다음 일을 맡기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호서대 재단 이사장도 설립자 강석규 장로님이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건립한 학교여서 역시 저는 미션 분야에 머무르라는 말씀으로 알고 따르고 있다.

△김 회장=삼성에서 오래 일했는데, 그사이 삼성은 세계 최고 기업이 됐다.

△이 이사장=70년대 중앙매스컴 시절까지 합치면 2010년까지 40여년 근속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한국이 세계 일류가 될 수 있다는 월드 베스트를 앞서 내다본 선각자다. 80년대 부회장 시절부터 삼성전자가 아직 국내 정상이 아닐 때도 일본 소니를 넘어서는 세계 최고의 전자회사를 준비하는 계획을 마구 지시했다. 그 당시 삼성의 임원들로서는 현실과 맞지 않는 꿈같은 이야기라고 치부했는데 그 지시가 거의 다 들어맞을 정도로 고민하고 연구해서 내놓은 미래의 작전 계획이었다. 이 회장은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 과감한 승부욕, 세계 톱으로 가자는 복안을 갖고 계셨다.

△김 회장=기업인으로서 신앙생활은 어떻게 조화를 이루었나.

△이 이사장=미션스쿨인 배재중 배재고, 대학도 연세대를 졸업했고 첫 직장도 1971년 가을 기독교방송 피디로 입사하는 등 기독교인의 삶을 준비했다. 그러나 입사하자마자 모친이 50세에 췌장암으로 돌아가시면서 방황하기도 했다. 그다음 해엔 중앙매스컴 공채시험을 통해 중앙일보 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만 25세부터 33세까지 활력 있는 청춘기였지만 제 삶에서는 가장 어려웠던 시기였다. 새어머니를 모시고 수원에서 신혼 생활을 했다. 서울로 통근하는 저나 서울 출신으로 지방에서 시집살이하게 된 아내 역시 힘들었다. 수원에서의 첫 출산은 의료시설 혜택을 제대로 받을 수 없어 아이를 잃고 말았다. 아픔을 잊고 서울로 이사왔으나 1980년 12월 신군부의 언론 통폐합으로 기자직을 그만두면서 아노미 상태에 빠지게 된다. 그때 모태신앙인 아내 조희경 권사가 집 앞의 청운교회에 나가자고 권했고 저도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어 12월 첫 주일 교회에 갔다. 그러고는 마치 돌아온 탕자 같은 마음으로 눈물의 회개 기도를 드렸다. 제가 기독교를 떠났던 8년이 시련의 시기였다면 다시 돌아온 이때부터는 축복받는 삶이었다. 직장 생활로 20년 만에야 안수집사, 27년 만에 장로로 장립되는 은총을 입었다. 11년간 시무장로를 역임하고 41년째 같은 교회를 섬기고 있다.

△김 회장=처음 교회에 나간 나이가 33세이니, 예수님이 공생애 후 십자가를 지신 나이와 같다. 돌아보니 하나님의 은혜였구나 하는 대목이 있을까.

△이 이사장=1966년 1월 대학생 때 고교동창인 조효근군과 함께 광주광역시로 여행을 하게 됐다. 광주 출신 대학 동기의 안내로 잘 구경하고 저와 조군만 역 근처 여관에 투숙했다. 당시에는 겨울철 난방을 연탄에 의존했는데 매일 신문에 가스중독 사고 기사가 등장하던 시절이다. 투숙 이튿날 새벽 어두운 우리 방으로 전날 우리를 안내한 광주 친구가 왔는데, 그는 그날 누이결혼식에 달고 갈 대학 배지를 빌려달라고 했다. 우리는 벽에 걸린 옷 쪽으로 배지를 떼려고 갔다가 둘이 쓰러지면서 비로소 연탄가스에 중독된 줄 알았다. 친구의 도움으로 응급조치를 받고 살아났지만 30분만 지체했어도 분명 죽었을 것이다. 조군은 연대 상대 졸업 후 40세가 넘어 신학대에 진학해 목사가 됐다. 1999년 12월 3명의 동창 목사님들과 목양회 설립 멤버로 함께 일했다. 그는 2013년 먼저 소천했는데 하나님께서 그와 저를 연탄가스 중독사에서 구해주셔서 그는 목사로, 저는 장로로 동문을 섬기게 하셨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김 회장=묵상하는 성경 말씀이 있을까.

△이 이사장=직장 생활은 어려운 일이 많고 스트레스를 해결해야 하는 삭막한 현장이었다. 그때 문을 닫고 성경을 펴면 항상 마음이 안정됐고 해결할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 요한복음 11장 25~26절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겠고, 무릇 살아서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아니하리니” 말씀을 묵상한다. 살날이 얼마 안 남은 것이 아니라, 주님과의 영원한 삶이 기다린다는 기독교의 핵심을 말씀해 주신다. 그리고 찬송가 327장 ‘주님 주실 화평’은 ‘주의 뜻을 따라 그와 동행하면 영생 복락을 누리겠네’ ‘주의 밝은 빛에 항상 활동하며 선한 사업에 힘쓰겠나’ 가사가 와닿는다.

△김 회장=요한복음 11장은 나사로의 죽음 앞에 선 예수님의 말씀이다. 원어로는 “내가 바로 그 부활이요 내가 바로 그 생명이라”며 ‘바로 그’를 붙여 강조한다. 부활 때 생명을 살리는 바로 그 존재라고 한다. 초대교회는 성도들이 죽을 때 잔다고 했고, 잠시 죽음을 겪더라도 부활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만날 것이란 신앙을 공유했다. 찬송가 327장은 예수님을 만나 거듭나서 믿는 중생의 삶은 그 자체가 영생이고 복락임을 노래한다.

△이 이사장=이 자리를 빌려 중년에 접어든 크리스천들께 동창들과 함께하는 목양회 활동을 권면하고 싶다. 저는 50대 초반인 2000년 1월 목양회 첫 집회를 시작해 2019년 말까지 월례회를 20년간 해왔다. 2013년부터는 매년 2회 모교와 정동제일교회에서 동문 전체가 참가하는 총동창회 한마음 채플로 확대했다. 200회를 기념하는 책자가 곧 발간될 예정이다. 동기 3명의 목회자가 미션스쿨을 졸업했으면서도 아직 교회에 나오지 않는 친구들을 초청해 학창시절 채플 시간처럼 집회를 운영하고 교회로 발길을 돌리도록 돕는다. 노년에 들어서 기도할 처소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아 경기도 안성에 2011년부터 목양관을 운영하고 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영혼의 동반자로 함께하는 삶이 바람직한 교우관계를 만든다.

△김 회장=내년 대선을 앞두고 주자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어떤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보나.

△이 이사장=코로나 이후 수출이 어려워져 경제 위기가 올 줄 알았는데, 물론 자영업자의 어려움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이만큼 유지하는 건 다행이다. 한국의 청소년들은 일본보다 질서도 예의도 부족하다고 느꼈는데 이 자유분방함이 창의력으로 이어져 오늘날 K문화를 만들어 내고 IT산업도 계속 발전하고 있다. 국가 지도자가 어려운 국면을 이해하고 세계에서 한국의 위상과 해야 할 일을 찾아내 추진해야 한다. 우리의 위상과 미래를 이해하는 분이 지도자가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하고 있다.

정리=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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