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교회-보시기에 좋았더라] 친환경 사역은 ‘좁은 길’… “하나님·자연·사람 하나 되는 목회 꿈꿔”
입력 2021-11-10 03:10:02
충남 예산 자연드림교회 김신형(46) 목사는 대학교 1학년 때 본 울릉도 바다를 잊지 못한다. 바다를 좋아했던 청년이 마주한 울릉도 바닷속은 상상과는 달랐다. 스킨스쿠버 동아리 활동으로 들어간 바닷속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푸른 물속에서 물고기가 헤엄쳐 놀고 해초가 넘실대는 상상 속 바다는 온데간데없었다.
지난 1일 교회에서 만난 김 목사는 “지구 온난화로 수온이 따뜻해져 ‘백화현상’이 생긴 것이었다”라고 말했다. 이는 개척한 지 4년 된 작은 농촌교회를 맡은 그가 소소하더라도 교회가 할 수 있는 친환경 사역을 해나가고, 주변 이웃들과 함께 하나님 지으신 창조 세계를 지키려는 이유가 됐다.
김 목사는 “한국교회는 그동안 사람이 제일 중요하니 하나님께서 가장 마지막에 만드셨단 생각에만 머물러 있었던 것 같다”며 “자연을 창조하신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첫 사명은 이 땅을 관리하고 다스리라는 건데 우린 그동안 이용 대상으로만 본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공대생이었던 그는 20여년 전, 세계적인 국내 전자기업에서 정보통신, 네트워크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요즘만 해도 친환경 공정을 추진한다지만 당시만 해도 공정 과정에서 환경오염 물질을 많이 배출했다. 이를 안타까워하던 그는 소명을 받고 2003년 감리교신학대학원에 입학했다. 첫 목회는 예산 사석제일교회에서 시작했다. 자연 속에 자리한 소박하고도 싱그러운 영성이 넘치는 곳이었다.
그는 “목회의 시작을 자연 속에서 하다 보니 자연스레 자연에 물들게 됐다”고 했다. 이후 평택 기쁜교회 부교역자로 자리를 옮겼을 때도 환경팀을 맡아 사역했다. 그때부터 기독교환경운동연대와 감리교환경선교위원회 활동을 겸하게 됐고 환경과 생태 목회에 관심이 커졌다.
사석제일교회의 자연 속에서 목회했던 추억은 그가 예산에서 교회를 다시 개척한 계기가 됐다. 하나님과 자연 그리고 사람이 하나 되는 목회를 꿈꿨다. 지역 주민을 위해 ‘순수자연동아리’를 만들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성도, 지역 주민과 함께 친환경 비누와 수세미, 화장품 등을 만든다. 농촌목회 초반에만 해도 힘들어하던 김 목사의 아내가 이젠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동아리 활동은 자연스럽게 지역 주민에게 복음을 전하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한 젊은 학부모는 동아리 활동을 하며 자연스레 교회에 나오게 됐다. 고등학교 이후로 교회와 멀어졌다는 그는, 기도하며 그토록 원하던 둘째 아이를 갖게 됐고 믿음도 다시 자라났다. 김 목사는 “교회학교가 없는 경우가 많은 시골교회에선 경사였다”며 “무엇보다 인위적으로 전도하는 걸 싫어했는데 자연스레 복음을 전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김 목사와 교회 성도들은 동아리에서 만든 친환경 제품을 종종 인근 소방서나 마을회관을 찾아 기부하기도 한다. 김 목사는 “다들 좋아하시면서도 한편으론 ‘교회에서 이런 일도 하냐’거나 ‘목사님이 이런 곳도 오시냐’고 되묻는다”며 “교회를 향한 사회 인식의 전환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자연드림교회 인근 동네엔 공장형 축산업이나 산업단지가 많이 들어서 온실가스 발생 등 주민들의 피해가 크다. 이에 지역 내 환경단체를 찾아 교류하며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고민한다. 김 목사는 “친환경 과수원을 운영하려는 의식 있는 농부들을 찾아 일손이나 판매를 돕기도 한다”며 “그들에게 교회가 얼굴을 내밀며 다가가는 것만으로도 도전이 된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다음세대를 위해 숲해설가 자격증도 땄다. 교회 내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며 환경 관련 프로그램을 만들고, 인근 숲을 찾아 다음세대에게 생태 감수성을 심어주려 한다. 김 목사는 “숲 해설을 통해 아이들에게 하나님 지으신 자연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바라볼 시각을 주려 한다”며 “꽃과 동물을 보며 단순히 예쁘다가 아니라 그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주변과 어떻게 조화하며 생태계를 이루는지 이야기하며 창조세계의 눈을 넓혀 주려 한다”고 말했다. 또 “환경주일을 지키며 아이들과 함께 예배를 통해 하나님이 창조한 세계를 위해 우리가 실천할 일을 찾아보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교회는 창조신앙과 구원신앙, 재림신앙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본다”며 “성서해석을 너무 인간 중심으로 하기보다는 하나님의 관심인 모든 피조물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자연드림교회가 속한 예산지방 남선교회에서는 그에게 환경교육을 요청해왔다. 김 목사는 “중년의 남성들이 환경에 관심을 두고 배우겠다니 무척 고무적이었다”고 기뻐했다.
김 목사는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집행위원으로도 활동하며 2019년 ‘신앙으로 읽는 생태 교과서’ 편찬에 참여했다. 올 연말 출시를 목표로 기독교환경운동연대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만드는 생태교회 만들기 지침서 제작에도 참여 중이다. 환경과 관련된 예배 교육 선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안내한다.
김 목사는 “한국교회 환경 운동이 기본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며 “교회 내 환경위원회 같은 조직을 구성하는 등 성도들이 자발적으로 확장성을 가져갈 수 있도록 그다음 단계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친환경 사역은 불편하고 큰 이득도 없는 예수님 말씀하신 ‘좁은 길’이 아닐까 한다”며 “한국교회 성도들이 이웃과 함께하며 좁은 길을 가라 하신 예수님의 말씀대로 자연과 더불어 공존하며 신앙생활을 해나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