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교회를 섬기는 리서치 연구소’를 표방하는 ARCC 연구소는 지난 4월 교회 청년 성도 1017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었다. 당시 조사에서 청년들이 꼽은 한국교회의 가장 큰 문제점은 ‘목회자의 언행 불일치’였다. 청년들은 각 항목에 대해 매우 만족스러울 경우 1점을, 아주 불만족스럽다고 여길 때 5점을 매겼는데, ‘목회자의 언행 불일치’는 3.63점을 기록해 청년들의 불만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교회의 헌신 강요’(3.60), ‘목회자의 설교’(3.59) 등을 지적한 목소리도 많았다.
그렇다면 청년 사역자들의 생각은 어떨까. ARCC 연구소 소장인 전병철 아신대 교수가 같은 대학 이수인 교수와 함께 최근 발표한 논문 ‘교회를 떠나는 청년들의 이유와 대안 모색을 위한 델파이 연구’에는 주목할 만한 결과가 담겨 있다.
연구진은 지난 1~2월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청년 사역자 10명을 상대로 델파이(Delphi) 조사를 실시했고, 조사에서 나온 응답들에 각각 ‘내용 타당도 비율’(Content Validity Ratio CVR)을 매겼다. CVR이 1에 가까울수록 많은 응답자가 동의했음을 의미한다.
CVR이 1을 기록한 답변들은 다음과 같다. 우선 청년 사역자가 생각하는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는 이유는 ‘교회 안에서 하나님을 경험하지 못해서’ ‘복음의 본질을 듣지 못해서’ ‘교회의 비상식적 모습’ 등이었다. 교회가 청년들을 위해 무엇을 해줘야 하는지 묻는 문항에선 ‘청년의 삶에 공감해주는 것’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 등이 꼽혔다. 청년 사역이 집중해야 할 영역에선 ‘신앙교육’ ‘공동체성’ 등이 거론됐다.
하지만 청년 사역자 조사에서 눈여겨봄 직한 내용은 이런 응답들이 아니었다. 청년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와는 다르게 나타난 지점들이 적지 않았다. 목회자와 관련된 부분이 대표적이다. 청년들은 한국교회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목회자의 언행 불일치’을 꼽았으나, 청년 사역자들은 비슷한 성격을 띠는 ‘목회자와 리더십의 문제’에는 큰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고 있었다. 이 항목에 대한 CVR은 0.6을 기록했다.
앞으로 청년 사역이 집중해야 할 부분을 묻는 항목 역시 마찬가지였다. 코로나19 탓에 온라인 사역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청년 사역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언택트 소통’이나 ‘온라인 콘텐츠’에 집중해야 한다는 응답이 기록한 CVR은 각각 0.4에 불과했다.
전 교수는 “최근 일반 성도를 상대로 교회의 언택트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 묻는 설문을 진행했는데, 청년 사역자들의 생각과 달리 중요하다고 답한 비율이 아주 높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청년 사역자들이 청년을 비롯한 성도들의 요구나 불만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청년들을 교회로 이끌기 위해서는 청년 사역자들부터 이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키워드
델파이(Delphi) 조사=‘반복 앙케이트법’으로 불리는 조사 기법이다. 응답자들은 개방형 설문인 1차 조사에서 각 질문에 대해 주관식으로 답변하게 된다. 1차 조사에서 나온 답변들에 각각 얼마나 동의하는지 체크하는 게 2차 조사다. 3차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2차 조사 결과를 통지받은 뒤, 다시 각 답변에 얼마나 동의하는지 답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거치는 델파이 조사는 심도 있는 결론을 도출할 때 활용한다.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