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론은 만물이 창조주의 개입 없이 오랜 시간 우연히 생성됐다는 유물론적 가설이자 자연주의 세계관입니다. 그런데 진화론은 과학으로 포장돼 마치 증명된 사실처럼 주입되고 상당수 과학자가 정설로 인정하다 보니 많은 교회조차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우주 만물 창조를 주장하며 반(反) 진화론 운동을 줄기차게 전개하는 이가 있다. ㈔교과서진화론개정추진회(교진추) 백현주 사무처장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15년간 진화론의 허구를 밝히는 시민운동가로 활발히 활동해왔다.
백 사무처장은 지난 31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단체 사무실에서 국민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국내 교육계에서 진화를 전제로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데 과연 생물의 진화는 과학적으로 올바른 것인가 의문이다”고 운을 뗐다. 그는 “기원론은 인간의 세계관을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이론”이라며 “진화론은 창조주가 없다는 것을 전제로 세상 만물의 기원을 억지로 풀려고 시도하는 비(非)과학이다. 이런 현실적인 상황 때문에 교진추의 존재가 요청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기독교와 진화론의 공존을 마치 시대에 맞는 유연한 생각인 것처럼 말하는, 진화론보다 더 위험한 주장을 하는 이들이 있다. 교회가 진화론을 방치할 때 어떤 결과가 발생하는지 서구 기독교의 몰락 과정을 살펴보면 한국교회의 해법이 보인다”고 했다.
그는 중·고등학교 시절 과학 시간에 충격에 빠졌었다. ‘원숭이가 사람으로 변했다’는 과학 교사의 진화론 이야기는 교회에서 배운 창세기 내용과 달랐다. 갈등이 컸다. 수년간 관련 책을 읽고 진화론을 객관적으로 분석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진화론 증거들이 생각하기 나름이고 주장만 가득하다는 것이었다.
뜻을 같이하는 이들과 2009년 교진추를 설립했다. 교진추는 전·현직 교수와 과학 교사를 중심으로 한 모임이다. 진화론의 오류를 교과서에서 삭제하고 논란 부문은 그 이유와 주장을 기술하도록 교육부, 출판사 등에 요청한다. 또 진화론의 문제점에 대해 대안을 제시하고 대안학교 과학 교과서를 집필하고 있다. ‘교과서 진화론 불편한 이야기’ ‘인류의 조상은 원숭이일까요? 침팬지일까요’ 등을 주제로 세미나와 포럼, 동영상 및 반 진화론 도서 제작·배포, 블로그 운영 등 다양한 프로그램과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있다.
교진추는 교과서 진화론 개정 청원을 12차례 교육부 등에 제출했다. 청원 제목은 ‘시조새는 파충류와 조류의 중간층이 아니다’ ‘말의 진화 계열은 상상의 산물이다’ ‘화학적 진화는 생명의 탄생과는 관련이 없다’ ‘유인원의 인류 진화설은 허구이다’ ‘절대연대 기술 오류는 개정돼야 한다’ 등이다. 진화의 증거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논문 형식의 학술청원이다.
잠시 숨은 고른 그는 “진화론 학자들의 적극적인 반대로 교진추의 청원들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 하지만 무차별적인 진화론 기술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그는 교진추의 활동으로 교과서의 진화론 서술 어조가 조금씩 완화된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과학 교과서에서 시조새 등의 이미지를 삭제하거나, 중간 단계라는 용어가 삭제됐다. 2015 개정 교육과정 과학 교과서부터 진화의 중요한 원리 중 하나로 소개된 돌연변이설이 축소됐다. 다양성이라는 모호한 개념으로 진화의 원리가 변경되는 등의 성과도 있었다.
“기독교의 창조신앙과 학교에서 배우는 진화론 사이에서 갈등하는 청소년이 의외로 많은 게 사실입니다. 신이 없다는 믿음을 왜 학교에서 일방적으로 가르치는지 개탄스럽습니다. 그런 이유로 지금 하는 일에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백 사무처장은 특히 “진화론의 가장 큰 피해자인 교회와 성도들이 진화론을 과학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적잖아 매우 안타깝다”며 “한국교회가 반기독교적 세계관으로부터 다음 세대를 지켜내기 위해 창세기에 대한 의구심이 들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교진추는 교과서에 성경 이야기를 넣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진화론의 정체를 밝혀 교과서에서 진화론을 퇴출하는 것이 유일한 목표”라고 덧붙였다. 기도와 관심을 부탁드린다는 그의 목소리에는 결연함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