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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예수] “軍교회 세우려 뿌린 기도, 보이지 않는 역사로 풍성한 결실”

입력 2022-01-18 03:10:01
27년 동안 군종장교로 섬기고 있는 최석환 목사가 지난달 21일 충남 계룡시 육해공본부교회 앞 뜰에서 포즈를 취했다. 그는 “군종 목사의 계급은 이등병보다 높지 않고 장군보다 낮지 않다는 섬김의 고백을 하며 목회자로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최석환 목사는 “가장 좋은 것을 주시는 하나님 아빠 아버지를 잊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최 목사가 중학교 2학년 때 피부병을 낫게 해달라며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하는 모습.
 
남동생 최경환 목사(왼쪽 두번째)와 아버지 최정덕 목사(왼쪽 네번째), 최 목사(맨 오른쪽) 등 삼부자 목회자가 2005년 15사단 신병교육대대 교회에서 세례식을 집례하고 있다.
 
2007년 155마일 휴전선 정중앙에 위치한 GOP대대급교회 신축을 위한 기공감사예배에서 축도하는 최 목사.
 
2008년 총신대에서 실천신학 예배학으로 철학박사학위를 받은 뒤 기도의 어머니와 함께했다.


중학교 2학년 때였다. 최석환 목사(55·육군 군종병과장·대령)는 원인 모를 피부병으로 온몸이 붓고 진물이 났다. 약도 소용없었다. 어머니는 몇 개월 동안 소독하고 붕대로 감아주길 반복했다. 남동생과 여동생까지 전염됐다. 가족은 모두 피부병에 좋다는 온천도 찾았다. 동생들은 효과를 봤지만 최 목사만은 허사였다. 어머니는 “아들 말고 나를 아프게 하소서”라며 간절히 기도했다. 당시 개척교회 목사였던 아버지는 “석환이도 기도 많이 해야겠다”라고 하셨다. 머리를 빡빡 깎은 중2 남학생은 정말 눈물로 통곡하며 애절하게 기도했다. 그리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치유가 됐다. 피부에 덕지덕지 붙어있던 딱지가 떨어져 나갔다. 최 목사는 “모태신앙이었지만 그 순간이 내 신앙의 변곡점이었다”면서 “하나님이 만져주시면서 치유가 됐고 ‘나만의 하나님’ ‘내가 경험한 하나님’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최 목사는 미션스쿨인 대광고에 진학했다. 고교 시절 종교부장을 하면서 예배 시간에 사회도 보고 대표 기도도 단골로 했다. 막연하게 아버지처럼 목회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하나님의 ‘사인’은 없었다. 기다리던 사인은 담임선생님을 통해 주셨다. 성적표에 ‘성실하여 목사가 될 성품이 있음’이라고 써주셨던 것이다. 최 목사는 “나의 삶을 하나님께 드릴까 고민은 했지만 확신은 없었다”면서 “담임선생님이 써주신 말을 하나님의 사인으로 생각하고 목회자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총신대 신학과에 들어간 최 목사는 1학년 채플 시간에 예배를 마친 후 선배가 전한 광고에 완전히 꽂혔다. 바로 ‘군종사관 후보생’ 시험 소식이었다. 꼭 합격하고 싶어 간절히 하나님께 기도했다. 몇 개월 정도만 시험준비를 한 터라 큰 기대를 할 순 없었다. 하지만 영어시험 문제에 공부했던 영어지문이 그대로 나왔다. 상식 문제로는 ‘세 번째 미국 대통령이자 미국 독립 선언서의 기초자는 누구인가’라는 문제가 출제됐다. 정답은 마침 시험 바로 전날 아버지 서재에서 읽었던 책의 저자, 토머스 제퍼슨이었다. 최 목사는 “기도에 대한 하나님의 구체적인 응답이 놀라웠다”면서 “결국 하나님의 특별한 섭리 속에 합격했다”고 했다.

최 목사는 총신대 학부와 신대원을 졸업한 뒤 1995년 7월 1일 육군 중위로 임관했다. 최 목사는 “군종장교는 목회자이기도 하고 군인이기도 하다”면서 “계급의 신성함을 알고 행동하고 있지만 군종 목사의 계급은 이등병보다 높지 않고 장군보다 낮지 않다는 섬김의 고백을 하며 목회자로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군종장교로 섬기면서 최 목사는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수시로 느꼈다. 특히 2006년 소령으로 15사단 군종참모로 섬길 때였다. 사단장이 바뀌고 첫 전입 신고할 때 안수집사였던 권오성 당시 사단장이 “하나님의 뜻을 이루자”고 독려했다. 최 목사도 아멘으로 화답했다. 그리고 사단 내 교회를 살펴봤다. 많은 교회가 낡아 리모델링이 필요했다. 또 155마일 휴전선 정중앙에 있는 GOP에 대대급 교회를 신축하기를 소원했다. 교회 신축의 필요 예산이 8000만원이라는 것을 확인한 후 40일 특별새벽기도(특새)를 선포했다. 첫날 새벽기도를 마친 후 강원도 화천에서 부산으로 내려갔다. 부산의 한 어망회사 사장이 교회를 일년에 1동씩 지어준다는 소문을 듣고 연락을 했더니 내려오라고 했기 때문이다. 최 목사는 부산의 한 호텔에서 사장을 만나자마자 ‘충성’이라고 크게 외친 뒤 커피를 마시며 8000만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때마침 사단장도 전화를 줬다. 병장 출신인 사장은 ‘투 스타’ 사단장과 통화를 하며 감동을 받고 후원을 최종 결정했다고 한다. 최 목사는 “그날은 바로 40일 특새의 첫날이었다. 이후 우리 성도들에게는 ‘기도하면 돈이 나온다’는 확신이 생겼다”면서 “결국 사단 내 교회 19개 중 4개 교회를 신축하고 5개 교회를 리모델링 했다. 4억5000만원의 공사 비용을 하나님께서 모두 채워주는 역사가 일어났다”고 회고했다.

신앙의 위기는 언제든 찾아온다. 그럴 때마다 하나님을 더욱 의지했다. 목회자이기는 하지만 군인 신분이기 때문에 진급에 신경을 안 쓸 수가 없다. 최 목사는 대위에서 소령으로 진급할 때 3차 만에 됐다. 3년이 걸린 셈이다. 최 목사는 “계속해서 장병들과 함께하며 황금어장에 복음의 그물을 내리고 신앙전력화에 쓰임 받고 싶은데 길이 완전히 막힌 듯했다”고 고백했다. 당시 대위 계급으로 연령정년까지만 장병들 한 영혼 한 영혼을 사랑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하지만 하나님은 소령 진급을 허락하시며 27년 동안 육군 군종장교로서 쓰임 받도록 섬김의 기회를 연장해 주셨다. 최 목사는 2019년 6월 대령으로 진급한 뒤 이듬해 새로 개편돼 지휘권한을 갖게 된 육군종합행정학교 군종교육단장으로 임명됐다. 육해공군 군종병과 창설 69년 만에 첫번째 지휘관이라는 명예를 얻은 것이다. 그동안 군종장교는 참모와 교관 직위만 수행했다. 군종교육단장은 지휘권한을 갖고 육해공군 군종장교, 군종부사관, 군종특기병을 정예의 군종병과원으로 양성하는 역할을 맡는다. 최 목사는 “바다 깊은 곳에도 길을 내어 당신 백성들이 건너가게 하신 하나님께서 제 인생의 길에도 홍해의 기적을 일으키시고 ‘지피생’ 즉 지름길 피할길 생명길을 주셔서 ‘끝을 좋게’ 하시리라 믿고 위기를 극복한다”고 말했다.

최 목사가 항상 마음에 품는 말씀이 있다. 시편 119편 165절 “주의 법을 사랑하는 자에게는 큰 평안이 있으니 그들에게 장애물이 없으리이다”이다. 최 목사는 “시편119편은 말씀 장인데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119를 찾듯이, 영적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말씀으로 돌아가라는 하나님의 음성처럼 들려진다”고 했다. 최 목사는 장병과 군인 및 가족에게 ‘하루 60쪽 1개월 1독’을 강조한다. 성경은 모두 1750쪽이고, 하루에 60쪽씩 읽으면 1개월이면 1독을 할 수 있다. 실제 최근에 섬겼던 육군종합행정학교 남성대교회에서는 2년 동안 24독을 한 권사님도 있었다. 최 목사는 항상 모든 장병이 하나님의 말씀을 사랑함으로써 ‘장장형’의 복을 받기를 소망한다. 장장형은 “장애물이 없으리이다”(시 119:165) “장구하리라”(신 17:20) “형통하리라”(시 1:3)의 앞글자를 딴 것이다. 그는 또 “우리 국군장병들이 하나님의 전신갑주 중 공격할 수 있는 영적 무기를 장착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달 21일 충남 계룡시 육해공본부교회에서 만난 최 목사에게 “왜 하나님이 좋은가”라는 마지막 질문을 했다. 최 목사는 “‘여호와께서 좋은 것을 주시리니 우리 땅이 그 산물을 내리로다’(시 85:12)는 말씀처럼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가장 좋은 것을 주시기에 항상 좋으신 분”이라며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믿는 크리스천들을 어둠에서 빛으로, 사탄의 권세에서 하나님께로, 죄책감에서 죄사함으로, 지옥에서 천국백성으로 인도해 주시기에 참으로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들과 얽힌 ‘양파링 이야기’를 꺼냈다. 아들이 두 살 때 양파링을 사줬는데 아빠가 하나만 달라고 해도 주지 않더란다. 최 목사는 “그때 우리 인간의 사악함을 봤다”면서 “아빠가 방금 사줬는데 그 아빠를 잊어버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 목사는 그날 이후 양파링에 집착하지 않고 양파링을 사주신 ‘아빠’ 아버지에게 시선을 고정하기로 결심했다. 최 목사는 크리스천들에게 “우리가 모두 가장 좋은 것을 주시는 하나님 ‘아빠’ 아버지를 잊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계룡=글·사진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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