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은 나의 첫 번째 정체성이고 신앙은 내 삶의 전부입니다.” ‘하나님의 사람’으로 불리는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은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지난 25일 오후 서울 마포구 극동방송 아트홀에서 진행된 제51회 극동포럼에서 ‘나의 신앙 나의 비전’이란 주제로 강연한 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나열하자면 “기독교인, 보수주의자, 공화당원 순”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방한은 극동방송(이사장 김장환 목사)과 아일랜드리조트(회장 권모세 장로)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펜스 전 부통령은 2000년 공화당 하원의원으로 당선돼 정치계에 입문했다. 6선 의원으로 활동한 그는 2013년 인디애나주지사를 거쳐 2017년 미국 제48대 부통령을 지냈다. 복음주의 기독교인이자 정치가로도 유명한 그의 신앙은 하원의원과 주지사 재임 시절 추진한 정책을 통해서도 나타났다.
낙태 시술을 지원하는 단체인 ‘가족계획연맹’의 연방자금 지원을 중단했고, 동성애 커플에 대한 차별을 인정해 성소수자(LGBT)들의 반발을 초래한 ‘종교자유회복법안’에 서명했다. 이런 그를 두고 평론가들은 “옷소매에 신앙을 매달고 다니는 것이 아닌 예수라는 조끼를 입고 다니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펜스 전 부통령은 아일랜드 출신의 외할아버지를 둔 이민 가정의 출신이다. 가톨릭 신앙을 가진 부모 밑에서 태어난 그는 자신의 인생에서 아버지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고백했다. 펜스 전 부통령은 “한국전 참전 용사, 성공한 중소기업인, 가족과 교회에 헌신한 아버지로부터 성경 말씀을 들으며 교육받았다”고 고백했다.
“신앙이 중심인 가정에서 성장한 것은 큰 축복이었습니다. 하지만 고등학생이 되면서 점점 내가 믿고 있던 신앙에서 멀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나의 신앙이 내 것인지, 아니면 자랄 때부터 타고난 양육의 결과인지 의문을 품게 돼 하나님을 멀리 떠났습니다.”
펜스 전 부통령은 미국 하노버 대학에 입학 후 기독인 동아리 친구들과 교제하며 신앙에 새로운 도전을 받게 됐다고 했다. 그는 “호기심으로 동아리에 처음 나갔지만, 친구들은 나의 구원을 위해 기도했다. 어느 날 친구가 지니고 있던 십자가 목걸이가 너무 부러워서 어디서 살 수 있느냐고 물었는데, 친구는 내게 잊을 수 없는 말을 했다. ‘펜스, 이 십자가를 목에 걸기 전에 네 마음속에 십자가를 걸어야 해.’ 그의 말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날부터 펜스 전 부통령은 매일 성경을 읽고 기도했다. 성경을 깊이 탐독하며 친구들과 하나님에 대해 다양한 주제로 말씀을 나누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는 “1978년 ‘익투스 크리스천 찬양 축제’에서 내 마음속에 ‘예수님 십자가 희생’에 대한 깊은 깨달음이 있었고 그날 내 삶을 온전히 드리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 시대는 신앙을 지킨다는 것이 쉽지 않은 때다. 하지만 ‘무엇을 먹을까 입을까 염려하지 말고 먼저 그의 나라와 의를 구하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기억하며 믿음으로 승리하는 우리가 되자”고 권면했다.
이날 오전에는 아일랜드리조트가 주최한 ‘국제정세 속 굳건한 한·미동맹’ 특별강연에 강사로 참석했다.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가 축사한 이 자리에서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며 북한과 중국도 자유 진영이 어떻게 단합하고 움직이는지 예의 주시하고 있을 것”이라며 “자유 진영 국가들이 하나가 돼 자유와 인권이 침범되는 것을 절대로 용인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우리의 다음세대를 위해서 앞으로도 계속 한·미 양국의 동맹 관계를 잘 유지하고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펜스 전 부통령은 26일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에서 간증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김장환 목사와 만나 서울 시내 모처에서 2시간 가까이 조찬도 나눴다. 펜스 전 부통령은 윤 당선인을 만난 사실을 트위터에 전하며 “윤 당선인은 자유의 옹호자이며 다가올 여러 세대 동안 미국과 한국 간에 꺾을 수 없는 유대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