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가 에메랄드빛 바다에서 초록빛 섬으로 진입하니 수십 개의 나지막한 산봉우리들이 마치 춤추는 것처럼 현란하게 우리를 맞았다. ‘일로일로’라는 지역으로 대표되는 강원도 만한 크기인 필리핀의 파나이섬. 거기에는 자연의 경치보다 더 아름다운 감동을 자아내는 많은 사건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파나이섬에 간 지 셋째 날, 우리는 아티족이라는 미전도 종족이 사는 안티끼의 바닷가 마을을 방문했다. 이들은 본래 필리핀의 원주민 중 하나였지만 지금은 소수 부족으로 전락해 국가 보호를 받는 처지에 있었다. 이들을 위해 기도하던 중, 서태원 선교사님의 현지 제자 한 분이 스스로 자원해 이곳에 복음을 전하게 됐다고 한다.
10인용 미니버스에 30명의 어린 단원과 의료 장비, 약품, 기타 사역을 위한 짐까지 가득 싣고 이들을 찾아가는 길은 기쁨으로 충만했다. 단원들은 버스 지붕 위에 타는 것을 좋아해서 본의 아니게 2층 버스가 되기도 했다. 울퉁불퉁한 길이나 험한 산길일수록 더 신바람 나는 단원들. 해안선을 따라 아티족을 찾아가는 길은 전형적인 아열대 풍경이었다. 어릴 적 꿈에서나 아스라이 그리던 바닷가의 가난한 마을에서 의료 진료와 인형극, 어린이 사역이 시작됐다. 결국 이곳에 미전도 종족인 아티족 최초의 예배당이 세워지는 역사가 일어났다.
처음 사랑의봉사단 체험은 어쩔 수 없이 모든 초기 선교가 그렇듯 감상적 측면이 강했다. 그러다가 아프리카 마사이 땅에 사랑의 병원을, 인도 봄베이 슬럼가에 사랑의 진료소를 세우고 선교의 허브(Hub)를 확보하는 전략적 선교를 시도하곤 했다. 물론 초기에는 동아프리카와 인도의 고통받는 지역에 주력했지만 모잠비크의 대홍수, 인도네시아의 지진, 소말리아 내전, 아이티의 대지진, 아프간 전쟁, 이라크 전쟁 등 재난 지역에 의료선교팀을 파송하는 모바일 선교를 병행했다. 중국의 가정교회와 중앙아시아 지역에는 말씀 선포와 전인치유 사역을 했는데 남가주 은혜교회의 김광신 목사님과 감비아의 이재환 선교사님을 만나 ‘성령과 기도’ ‘성육신’이라는 선교의 본질을 알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케냐의 안찬호 선교사, 인도의 백종태 선교사, 네팔의 백종윤 선교사, 카자흐스탄의 김삼성 선교사, 쿠바의 전재덕 선교사, 태국의 정도연 선교사 등 훌륭한 선교사들과 만나 배우고 깊이 동역하는 기쁨도 있었다.
북한의 청소년들을 위한 연변 사랑의 집 사역과 유럽 CBMC 순회를 통한 유럽 재복음화 사역, 미국 변혁운동과 중남미 순회 사역, 최근 집중한 에티오피아와 우간다, 베네수엘라 사역 등이 기억에 남는다. 120여 개국을 다니며 현지 선교사들과 협력해 끝없이 복음과 사랑의 씨앗을 심는 씨앗 선교가 핵심이었던 것 같다. 특히 가장 고통받는 지역과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지역에 집중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선교는 하나님이 이미 만들어 놓으신 복음의 생태계를 100% 활용하는 것이다. 특히 요즈음 같이 거대한 풍랑이 일어나는 팬데믹 시대에는 킹덤 드림의 파도를 타고 하나님과 동행하는 선교가 진행 중이다. 지금이야말로 선교의 황금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