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중반이던 2011년 여름 고비사막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면서 ‘죽어도 좋다’는 사인을 했다. 주님의 인도하심은 참으로 놀랍고 신기했다. 원래 나는 달리기보다는 등산을 좋아했다. 그래서 위험한 등반을 강행하다 큰 재난을 당한 적이 많았다. 1990년 서울대 병원 전공의 시절 2박 3일 휴가 중 지리산 종주를 강행하다 조난을 당해 구조대에 의해 구조된 일도 있었다. 의대 교수 시절에는 겨울철 등반이 금지된 한라산 북벽을 타고 내려가다 15시간 길을 잃은 적도 있었다. 어드벤처 레이스는 그야말로 모험의 연속이고 죽음의 마라톤이라는 별명답게 도전의식을 자극하는 종목이다.
나는 고비사막 마라톤에서 십자가 영성의 진수를 경험했다. 거듭남의 원점이라고 할 수 있는 골고다의 죽음을 실존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 나는 그전에는 10㎞ 단축 마라톤도 뛰어본 적이 없었다. 대부분 철인 3종, 5종 선수들과 노련한 산악인들이 출전한다. 그들은 극한 상황에서의 생존을 위해 1년 정도 훈련하며 몸을 만든다. 그리고 일주일 치 식량과 수십 가지 장비가 든 배낭을 메고 산맥과 사막을 횡단하는 오지 레이스에 나선다. 이 대회에 중년 나이에 참석한다는 것은 매우 무모한 일이었다. 깊이 기도하던 중 ‘다른 사람은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참석하지만 너는 나의 임재를 증명하기 위해 가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그래서 준비하는 과정에서 말할 수 없는 평강이 있었다. 우선 나 스스로를 몰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갔다. 현실적 과제는 고비사막에서 살아남는 것이었다. 그래서 생존을 위해 나를 변화시켜갔다. 변화는 압박감이 클 때 일어난다. 뒤늦게 참가를 결정했기에 몸을 만들 시간이 없어 처음부터 초강도 훈련에 들어갔다. 5월 말에는 9㎏의 배낭을 메고 불곡산을 2시간30분 동안 등반했고, 6월 초순에는 청계산과 대둔산을, 대회 일주일 전에는 1박 2일 지리산 등반으로 훈련을 마무리했다.
드디어 6월 24일. 중국 우루무치로 향하기 위해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오직 한 가지 목표에 몰입했고, 눈에는 타오르는 불이 있었다. 어느 날 고비사막 마라톤을 준비하다 내 눈빛을 본 적이 있었다. 내 생애 그 어느 때보다 빛나는 눈빛, 강렬한 눈빛이었다. 실제로 고비사막을 달릴 때 기온이 50도 이상으로 올라간 적이 있었다. 그때 보았던 이글거리는 태양의 강렬한 빛처럼 당시 내 눈빛은 지울 수 없는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리고는 온몸이 부서지고 온 뼈가 망가지는 처절한 사투를 벌였다. 사막의 한복판에서 절대고독과 결핍의 은혜를 깊이 누릴 수 있었다. 지금도 사막 마라톤 복장을 하고 배낭을 메고 달릴 준비를 하면 눈빛이 바뀐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결국 하루에 12시간씩 3박 4일을 완주하며 순간마다 쏟아지는 하나님의 사랑, 상상할 수 없는 은혜의 진수를 경험했다. 그 결과 ‘킹덤레이스(규장)’라는 책이 한 권 탄생했다. 고비사막에서 영적 전투의 핵심과 승리의 비결을 완벽하게 터득할 수 있었다. 지금의 인생 달리는 킹덤 레이스를 위한 준비 작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