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미국 시카고에서 한인세계선교협의회(KWMC)가 주관하는 세계선교대회가 있었다. 나도 그곳에서 강사로 섬기게 되었는데 ‘전인 치유 선교’라는 주제로 강의했다. 그때 대회를 공동주관한 KWMA 대표회장이셨던 박종순 목사님의 제안으로 생각지도 않은 법인 이사가 됐다.
2005년 1월 한국 세계선교협의회 총회와 이사회가 열리는 날을 앞두고 나는 꿈의학교 교사 6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교육사관학교에서 영성 훈련을 인도하고 있었다. 그 모임을 위해 기도하던 중 나는 다른 중보 기도자들과 함께 하나님의 급하신 마음, 선포할 것을 명령하시는 것만 같은 마음을 받아 그 마음으로 기도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비전 한 가지가 떠올랐다. 그것은 ‘지상명령에 순종한 백만의 평신도들이 현장과 자기 영역에서 복음을 전하다 전 세계로 보냄을 받고 대추수의 역사를 이루시는’ 비전이다. 나는 속으로 규모가 엄청난 데다 나 혼자만의 엉뚱한 생각이라 여기며 그 마음을 억눌러왔다. 하지만 거역할 수 없는 성령의 터치가 있었다.
일단 무조건 순종하기로 했다. 그리고 한국 교회의 리더들에게 도전하기 위해 밤새 자료를 만들었다. 백만 자비량 선교운동(MT 2020) 기획서였다. 다음 날 아침 이사회와 총회에서 박종순 대표회장, 강승삼 사무총장, 한정국 총무의 적극적인 지지로 통과됐다. 당시 ‘Target 2030’(2030년까지 십만 명의 전임 선교사를 파송하는 비전)과 함께 한국 선교의 새로운 장기 비전을 세웠다. 2006년 1월 9일 한국교회 100주년 기념관에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63개 교단, KWMA 소속 선교단체 대표, 해외한인교회 대표, 한인 선교사 대표들이 모여 ‘백만 자비량 선교사 운동’ 선포식을 가졌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중보자 한 분에게 백만 자비량 선교사 운동을 놓고 기도해주시도록 부탁했다. 후에 그분은 “제가 박사님 앞에서는 좋은 비전이라고 맞장구를 쳤지만, 하나님께 기도할 때는 ‘하나님, 백만 명을 보내다니 말이 됩니까?’라고 했는데 하나님께서 ‘너 무슨 말을 하고 있니? 나는 천만 성도를 다 보내고 싶다’는 마음을 주셨다”고 했다. 많은 분이 처음에는 황당해하다가 결국 ‘하늘 아버지의 마음’을 읽고 동역하는 일들이 일어났다.
결국 이 운동은 Target 2030운동에 흡수되어 조용히 추진되고 있다. 놀라운 일은 뜨겁게 이 운동을 진행하던 당시보다 팬데믹 상황에 더욱 딱 들어맞는다는 것이다. 최근 크리스천 최고경영인, 교육자, 언론인, 금융인들이 모인 모임에서 비전을 나누었더니 많은 분들이 ‘나도 백만 자비량 선교사로 파송받고 싶다’고 했다. 2020년 평창포럼에 참석했던 한 목사님은 출석한 만 명의 성도들에게 2030년까지 모든 성도를 다 ‘비전 선교사’로 파송하겠다며 ‘한 명도 남지 말라’고 도전했다고 한다. 팬데믹과 핍박의 시대에 교회 부흥은 ‘얼마나 모이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파송하느냐’에 달려있다. 만인 제사장을 넘어 ‘만인 선교사 시대’가 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