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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만남] 감독 지시 따르고 팀워크 중시… 야구 통해 ‘루저’ 극복… 청년이여, 하나님 감독으로 모시고 회복의 길 걷자

입력 2022-04-22 03:05:03
이승율 동북아공동체문화재단 이사장이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재단 사무실에서 ‘승률’ 높은 야구를 떠올리며 젊은 날 열등감에서 탈출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사진=신석현




요즘 젊은이들 말로 하면 ‘루저’였다. 명문 경북고에 들어갔지만, 대학은 9수 끝에 동국대 불교철학과에 입학했다. 마땅한 직업 없이 결혼해 비닐하우스에서 가족을 돌보기도 했다. 친구의 죽음으로 인한 정신적 방황, ‘경북고에서 대학 못 간 이는 나 혼자’라는 열등감을 겪었다. 하지만 그에겐 젊은 날의 회복을 도운 스포츠, 야구가 있었다.

“야구를 즐기다 보니 이기는 방법이 보입니다. 첫째 무조건 감독이 시키는 대로 따라 하는 충성심이 중요합니다. 둘째 팀워크를 목숨처럼 지키고 규칙과 명예를 존중해야 합니다. 셋째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고 뛰어야 합니다. 지는 게임을 해선 안 됩니다. 야구는 홈에서 출발해 홈으로 돌아와야 득점하는 게임입니다. 하나님을 감독으로 모시고 부조리한 상황에서 일치와 결합으로 하나의 선을 이루며 창조주의 품으로 돌아가는 회복의 길, 그 길이 곧 구원에 이르는 길입니다.”

‘야망과 구원-야구로 배우는 인생이야기’(올리브나무)를 출간한 이승율(74) 동북아공동체문화재단 이사장을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재단 사무실에서 만났다. 1978년 아내와 함께 반도이앤씨를 창업해 중견 기업으로 키워낸 이 이사장은 2018년부터 2년간 한국기독실업인회(CMBC) 중앙회장을 역임했다. 참포도나무병원 이사장도 겸하며 연변과학기술대 부총장을 거쳐 지난해부터 북한 내 유일 국제사립대학인 평양과학기술대 총장을 맡아 뛰고 있다. 이 이사장은 “열등감이나 좌절감 같은 고통을 공히 겪고 있던 조선족 고려인 청년들을 끌어안고 함께 울고 웃고 사랑하면서부터 저는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불교철학을 공부하고 인생 덧없음에 매몰돼 있던 그가 회심한 계기는 1990년이다. 그해 1월 아내와 자녀들의 손에 이끌려 새해 휴가를 스키장 대신 경기도 파주 오산리최자실기념금식기도원 신년축복성회에서 보내게 됐다. 그 자리에서 그는 오래 피우던 담배를 끊고 예수님을 만난다. 평생 시각장애인으로 지내다 실로암에서 눈이 떠진 느낌이었다고 이 이사장은 회고한다.

이 이사장은 그해 10월엔 중국 골프장 사업 타진을 위해 베이징에 머물다 당시 연변과기대 설립을 위해 동분서주하던 김진경 박사를 만나며 또다시 뒤집어진다. ‘나는 돈을 벌러 왔는데 이들은 자기 재산을 팔아 남을 도우러 왔구나’란 깨달음이 왔다. 낯선 땅에서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이 이사장 표현으로는 ‘영혼 저 깊은 곳에 인류애로 가득 찬 미셔너리들’의 삶을 목격하게 된다. 그는 “제 인생을 BC와 AD로 구분한다면 신앙과 사역을 접한 1990년이 분기점”이라고 말했다.

이승엽 선수 류중일 감독 등을 배출한 경북고 야구부의 창단 멤버이자 1기 주장이었던 이 이사장의 포지션은 포수였다. 그는 강타자의 비결을 이렇게 설명한다.

“첫째 높은 선구안을 가져야 합니다. 변별력이 필요합니다. 둘째 배트를 공에 정확히 맞추는 저스트 미트(just meet)에 강해야 합니다. 타이밍을 보면서 기회를 창출하는 능력입니다. 셋째 데드볼을 해서라도 1루를 밟아야 합니다. 게임 기여도가 있어야죠. 넷째 반드시 홈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그래야 득점하니까요. 투철한 목적의식까지, 이 네 가지는 젊은이들의 창업에 그대로 적용되는 원리입니다.”

책은 ‘나와 야구’를 다룬 1부, 야망의 창업 스토리를 담은 2부,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통일 비전을 다룬 3부, 평양과기대를 위한 마지막 헌신을 담은 4부로 구성돼 있다. 1997년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앞 여의도공원 조경 사업을 수주해 정자와 함께 인공 연못을 만들며 성시화를 염두에 두고 연못을 서울시 지도 모양으로 조성한 일도 회고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이름이 승률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승률이 높은 야구, 승률이 높은 야망과 구원의 인생 게임을 달려왔다고 믿습니다. 순전히 하나님 손에 붙잡혀 달려온 인생 후반전입니다. 잠시도 한눈팔지 않고 앞에 있는 푯대만 바라보고 달려온 30년 세월입니다. 제가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며 말한다 해도, 하나님이 나를 ‘목적이 이끄는 삶’을 살도록 이끌어주셨다는 이 사실만큼은 당당하게 고백해야겠습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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