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초 팬데믹이 중국에 이어 한국을 강타할 때 나는 모슬렘 난민사역을 위해 그리스 레스보스섬에 가 있었다. 터키에서 최단 거리에 있는 이 섬은 시리아 내전을 피해 유럽으로 가다가 파도에 휩쓸려 죽은 사람들로 많이 알려진 섬이다. 백만 그루의 올리브나무가 있는 너무나 아름다운 지중해 섬이지만 비극의 현장이었다. 당시에도 터키가 국경을 열자 시리아 난민들이 구명조끼를 입고 이 섬으로 몰려오고 있었다. 더 큰 문제는 난민들이 우리의 봉사를 거부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한국인들은 기피 대상이 되었기에 사역 대상인 그들이 오히려 우리를 염려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정처 없이 떠도는 난민들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전 세계 난민은 약 8000만 명으로 그야말로 나그네들이다. 대부분 복음에 닫혀있는 모슬렘 나라에서 왔는데 우리가 ‘가라’는 말씀에 순종하지 않자 주님이 그들을 흩어 내보신 것이다. 팬데믹으로 그들을 돌보기 어려운 상황이고 더욱이 복음 전도나 제자 훈련은 엄두도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반전의 역사가 일어났다. 다행히 그들은 대부분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었기에 줌 예배가 가능했다. 그래서 개종자들이 있는 텐트마다 가정교회가 시작됐다. 그래서 ‘난민이 난민에게’ 복음을 전하는 새로운 선교전략이 시작됐다.
난민을 생각하다 보니 한반도 북쪽에 갇혀있는 2500만 난민들이 생각났다. 세계를 품고 기도하다 보면 항상 걸리는 것이 북한이다. 지상 명령의 범위는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끝’인데 세계선교에서 항상 사마리아인 북녘땅을 건너뛰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러다 UN 장애인 협약 이행을 위한 조사단으로 2018년 두 번째로 평양을 방문하게 되었는데 정말 감회가 새로웠다. 평양지역은 물론 개성과 원산, 금강산과 마식령을 돌아보며 계속 땅 밟기 기도를 했다. 그리고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선교통일’을 선포하며 감격스러운 기도를 하게 되었다.
1990년대 후반 북한에서 고난의 행군이 계속될 때 만주를 간 적이 있었다. 그때 같이 가던 선교사님이 놀라운 말을 했다. “남북이 통일되면 영토가 수십 배로 늘어나고 인구도 4억에 달하는 그레이트 코리아가 됩니다. 경제력과 문화적 흡입력을 고려하면 사실상 동북 3성은 한국 땅입니다. 러시아의 연해주나 사할린도 한국 땅입니다. 알타이어족인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는 물론 터키까지 한국의 영향권에 들어오기에 한국은 유라시아를 지배하는 그레이트 코리아가 됩니다.”
나는 속으로 ‘맞다, 맞네’하며 그 통찰력에 감탄했다. 그러면서 13세기 대초원을 지배했던 몽골제국이 생각났다. 그들은 무력으로 유라시아를 정복했지만 우리는 성경에 기초한 ‘서번트 리더십’으로 그 땅을 정복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말 그대로 ‘사랑으로 세계를 품는 원대한 비전’이 민족의 가슴에 심어지는 것이다. 선교통일은 선교 이외에도 세계의 분쟁을 해결하는 평화 대국으로, 받은 은혜를 전 세계에 흘려보내는 축복의 통로가 될 것이다. 이런 비전을 가지고 2018년 9월 선교통일한국협의회를 세웠다.